'DLF·라임 사후약방문' 금융당국 책임론…"시장 감시감독 소홀"
금융위·금감원 '책임통감' 표명 없어…"제도만 완화하고 투자자보호 미흡"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수천억대 투자 손실을 낸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투자 손실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운용과 관련해 사기 등의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판매사는 펀드 부실을 은폐한 채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 파수꾼'으로서 시장을 감시·감독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는 메시지가 전혀 없는 상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금융위와 금감원은 공동으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 및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라임자산운용이 삼일회계법인 실사가 종료된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2개 모(母)펀드에 대해 기준가격 조정 결과를 발표하는 것에 맞춰 나온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감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어디에도 금융당국의 책임에 대한 의견 표명은 없다.
금융위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에서 '일부 부작용'이 노출됐다며 그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는 앞으로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펀드 구조가 나타나지 않도록 필요 최소한의 규제를 도입하고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상시 감독·검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고 있다.
금융위는 2015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크게 낮추고 사모 운용사 진입 요건은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문턱을 낮추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후 사모 전문운용사는 우후죽순 생겨났고 사모펀드 설정액은 2015년 말 200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412조원으로 212조원(105.8%)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설정액은 221조3천억원에서 237조2천억으로 16조원(7.2%)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규제를 완화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는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동안 금융위의 사모펀드 정책이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찾아보긴 쉽지 않았고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회사들이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도 전문 투자자라고 보기 어려운 일반 투자자가 은행에 속아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된 사례들은 이런 제도적 허점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사모펀드 최소투자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지자 예·적금 등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취급하는 은행까지 뛰어들어 일반 투자자를 사모펀드로 끌어들였고 그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사례들도 적발됐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DLF 사태와 관련해 한 여성이 출석해 평생 모은 돈 8천만원에 딸에게서 빌린 2천만원을 더해 1억원을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천만 원을 날리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은행 직원 말에 속아 투자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가 어느 정도 손실이 나더라도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전문 투자자 시장으로 조성됐지만 일반 투자자가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으로 거론된다.
금융위는 현재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는 직접 검사를 담당한 금감원의 책임도 작지 않아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해 8~10월 실시한 라임자산운용 검사에서 위법 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고, 특히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 중 하나인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펀드)'의 경우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사인 신한금융투자가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펀드를 계속 팔아 사기 혐의가 있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투자자들에게 곧바로 이를 알리거나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다.
금감원이 검사 결과를 공개한 것은 지난해 7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등이 제기된 지 7개월 만이라는 점에서 '뒷북 공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사이 1조6천원 규모의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결정이 내려졌고 이제 1조원이 넘는 투자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을 고려해 감독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보다 시장 이해관계인 간 자율적인 처리를 유도했으나 조속한 해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금감원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시장의 생리를 너무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 원장은 "금융당국이 시장 생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놓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자본시장은 늘 교도소 담장을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는 만큼 사전,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는 등 감시·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또 "사모펀드든 공모펀드든 금융회사의 판매행위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확인하고 감시·감독해야 할 부분"이라며 "규정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기보다는 불법·편법 행위에 대해 감시·감독하는 것이 더욱 당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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