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40대 여성 사기범, 수녀 행세하며 2년간 도피 행각
장기간 여러 수녀원 전전…친절한 언행에 수녀들도 감쪽같이 속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사기죄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40대 여성이 수녀로 위장해 수사망을 피해오다 2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47세인 이 여성은 2017년 말 사기 혐의로 기소돼 궐석 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이 여성은 이미 시칠리아섬을 떠나 잠적한 상태였다.
그녀는 이후 수녀로 위장해 피에몬테와 롬바르디아 지역 수녀원에 숨어들었다.
이 여성은 처음에 수녀원에 전화를 걸어 매우 위중한 지병을 앓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며 받아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여러 수녀원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겼다. 한번은 자신을 수녀원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함께 생활한 수녀들은 그녀를 아주 상냥하고 친절한 인물로 기억하고 있었다. 수녀들은 이것이 신분을 위장하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지 못했다.
장기간에 걸친 수녀 행세는 지난주 롬바르디아의 한 베네딕트회 수녀원에서 종말을 고했다. 한 수녀가 이 여성의 신원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신고한 수녀는 해당 여성의 이야기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말이 자주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도 자신의 신분에 대해 한동안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경찰은 그녀가 분실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서 경찰서로 데려가 추궁했고 결국 징역형을 받은 도피자 신분임을 밝혀냈다.
이 여성은 기존의 사기죄에 도주와 허위 신분증 소지죄 등이 추가돼 더 큰 형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가디언은 이 사건을 소개하며 "1990년대 개봉한 영화 '돈 가방을 든 수녀'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국민의 80%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에선 범죄자들이 신부나 수사 또는 수녀로 가장해 법망을 피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2013년에는 한 마약 밀매자가 신부 복장을 하고서 프랑스에서 코카인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마피아들에게도 신부로의 위장은 유효하고 익숙한 수법이다. 과거 시칠리아의 한 마피아 두목이 신부 복장을 하고서 조직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다른 마피아 두목은 주교 행세를 하며 43년간 도피 행각을 벌이다 2006년 체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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