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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고마워요"…크루즈선서 내린 승객들, 환호·감동
훈센 총리, 마스크 없이 꽃다발 환영…당국, 코로나19 확인 속전속결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심지어 미국령 괌도 안 그랬는데, 캄보디아만 우리에게 내릴 수 있게 해줬다. 여기 계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5개국에서 퇴짜를 맞아 2주가량 바다를 떠돌다 지난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 극적으로 입항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 14일 내린 미국인 승객 조 스파치아니가 AP 통신에 밝힌 소감이다.
이 크루즈선의 선사는 홀랜드 아메리카로,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업체 소속이다. 41개국 출신 승객 1천455명 가운데 미국인이 651명으로 가장 많고, 승무원 802명 중에도 미국인이 15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출항한 이 크루즈선은 홍콩에 기항한 뒤 지난 1일 다시 바다로 나왔는데 코로나 19 확산을 우려한 일본, 대만, 필리핀, 태국은 물론 미국령 괌도 입항을 거부해 떠돌아야 했다.

그러다 캄보디아 정부가 입항을 전격 허용해 지난 13일 오전 시아누크빌항에 정박했다. 탑승객의 코로나 19 감염 여부 확인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보건팀이 곧바로 크루즈선에 탑승해 감기와 복통 등의 증세를 보인 승객 20명에게서 샘플을 채취해 헬리콥터를 이용해 파스퇴르연구소에 보냈다. 13일 밤 정밀 검사 결과 코로나 19 감염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사이 정부 합동 대응팀이 나머지 모든 승객과 승무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입국심사까지 마치고 하선을 허가했다. 입국비자 발급 비용은 받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승객들은 입항 하루 만인 14일 오전 크루즈선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배에서는 전날 밤부터 승객들이 샴페인을 터트리며 기뻐했고, 하선이 시작되자 수백명이 데크로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 선착장에 나와 배에서 내리는 승객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환영했다. 일부 승객과는 악수하거나 포옹하기도 했다.

한 미국인 부부는 이런 훈센 총리에게 감사의 뜻으로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호주 관광객 안나 마리 멜론은 "여기 있게 돼서 정말 멋지다"면서 "캄보디아 총리에게 정말 감사한다"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전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진짜 질병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두려움"이라며 "위급한 시기에 인도주의적 행동을 해야 한다"고 웨스테르담호 입항 허가 이유를 설명했다.
훈센 총리는 또 코로나19 사태에도 중국과의 직항 노선 운항을 중단시키지 않고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자국 유학생을 철수시키지 않아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캄보디아는 중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와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크루즈선 탑승객들은 캄보디아 당국이 미리 준비한 버스를 타고 시아누크빌 공항으로 가 전세기편으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이동한 뒤 여객기를 이용해 각자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러나 전세기 운항 문제로 전체 탑승객이 배에서 내려 고국으로 돌아가는 데는 며칠 걸릴 것으로 선사 측은 내다봤다.
현지 당국은 14일에는 승객 414명이 프놈펜으로 이동하고 크루즈선은 오는 17일 출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크루즈선에는 한국인 관광객이나 승무원은 없는 것으로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파악하고 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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