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라는 이유로'…세입자 쫓아낸 독일 유명 배우
코로나19 사태속 독일서 중국인 등 아시아계 상대 인종차별 심화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독일에서 중국인 등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적인 행위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인 세입자를 쫓아내거나 중국 국적 학생들을 대학 진학을 유예하는 등의 차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상에서의 불쾌한 시선이나 물리적 폭력과는 다르게 제도적인 틀 안에서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지난 11일 일간 빌트에 따르면 독일 유명 여배우인 가브리엘레 샤르니츠키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21세의 중국인 여성 세입자와의 임대계약을 해지했다.
샤르니츠키는 해약 통보서에서 "당신이 내 집으로 돌아와 우리의 건강을 해치기를 원치 않는다"라며 코로나19의 확산 사태를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세입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다녀온 일이 없는 데도 이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세입자는 지난 1월 중국에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취소했고, 이런 사실을 샤르니츠키에게 알리기도 했다.
지난 12일 독일 서부 오펜바흐 지역 언론에 따르면 오펜바흐 조형예술대학은 오는 4월 시작되는 새 학기에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인 신입생들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5명의 중국인 입학 예정자들의 입학을 거부하고 겨울학기에 입학할 것을 권고했다.
이 대학 총장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HNA 온라인에 따르면 북부 헤센주(州) 조덴-알렌도르프 지역의 한 치과가 중국인 유학생들을 치료하지 않기로 했다.
이 치과는 디플로마대학 측에 이같이 통보했다. 이 대학에는 중국인 유학생 500명이 재학 중이다.
디플로마대학 총장은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학생들 전체를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연간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춘절 기간 중국인 학생들에게 고향을 방문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대부분의 학생이 이에 호응했고, 중국을 다녀온 3명의 학생은 2주간 자발적으로 자가격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20대 중국 여성이 길에서 여성 2명에게 욕설을 듣고 발길질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중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등 아시아계도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언어폭력 등의 인종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언론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한국에서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주간 슈피겔은 지난 8일 온라인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중국인들의 입국 금지 청원에 68만여 명이 서명했다면서 '중국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식당도 등장하고 있는 데다, 기자의 지인이 며칠 전 중국인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거의 쫓겨날 뻔했다고 전했다.
슈피겔은 또 인터넷에서 중국인을 인종차별적으로 모욕하는 글이 많은 등 분노가 발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독일 유학생 사이에서도 공유되면서 한 유학생은 관련 게시물에 "서양에서 (아시아계를 상대로 일어나는) 인종차별에 분노하면서 우리의 행동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만하다"고 적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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