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웃는 우리·기업은행…수익·홍보효과 다 잡았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연숙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붐에 금융권에서도 웃음이 나오고 있다.
'기생충'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영화에 투자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흥행 수익은 물론 홍보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컴퍼니케이[307930] 한국영화투자펀드'를 통해 기생충에 12억원을 간접투자했다.
총 12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우리은행이 중견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손잡고 2017년 3월 결성한 한국영화 전문투자 펀드다.
우리은행이 30억원을 출자했고, '기생충'의 투자·제작을 맡은 CJ ENM[035760]을 비롯한 국내 메이저 투자 배급사도 출자에 참여했다.
한국영화투자펀드는 그동안 '극한직업', '돈', '엑시트' 등 출자에 참여한 투자·배급사가 배급한 한국영화에 투자해왔다.
덤으로 얹어진 홍보효과도 작지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딧에 '우리은행' 이름이 올라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우리은행의 이름을 알리는 홍보 효과도 봤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IBK금융그룹과 유니온 콘텐츠투자조합'을 통해 간접투자 방식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조합은 총 100억원 규모로 기업은행이 30억원, IBK캐피탈이 40억원을 출자해 결성됐다. 조합이 기생충에 투자한 금액은 4억원으로, 출자지분을 고려하면 기업은행과 IBK캐피탈의 투자액은 각각 1억2천만원, 1억6천만원이다.
기업은행은 2012년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전담부서를 구성해 영화, 드라마, 공연 등에 대출이나 투자의 방식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총 지원 규모는 2조7천억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웹콘텐츠 등으로 장르를 확대하고 있다.
소위 '대박난' 작품을 보면 2018년 이후로만 잡아도 '극한직업', '악인전', '신과함께 1·2', '공작', '리틀포레스트' 등 한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7억9천만원을 투자한 '극한직업'은 수익률 300% 이상으로, 역대 투자 은행 중 최대 수익을 냈다.
극한직업은 관객수 1천626만명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매출액으로는 '명량'을 제치고 가장 많은 1천396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작품 시나리오를 받으면 작품성과 대중성, 감독과 출연 배우의 역량, 개봉 시기, 경쟁작, 시장 반응 등을 항목별로 나눠 내부 논의를 거치고 외무 전문가 의견도 참고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남다른 눈썰미는 '기생충'에서 재확인됐다.
'기생충'은 이미 2천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관 입장권 매출을 집계하는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 세계에서 1억6천542만달러(약 1천959억7천만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북미에서만 상영관 수가 현재 1천60개에서 이번 주말에 2천개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흥행 가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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