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체온 잴때마다 격리공포" 철조망까지 등장한 中아파트
배달원 등 외부인·외부차량 통행 통제…거주인 전수 조사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아파트를 드나들 때마다 혹시나 체온이 높아 중국 병원에 격리되는 게 아닌가 두렵습니다."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시를 비롯해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천<土+川>) 등 중국 1선 도시들이 10일 도시 전역에 대한 '봉쇄식 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베이징의 한 아파트 출입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실제로 기자가 돌아본 베이징의 대단지 아파트들 대부분은 4∼5개의 출입구 중 한 곳만 남기고 모든 출입을 통제했다.
유일한 출입구에는 방호복을 입은 아파트 관리원들이 체온계를 들고 서서 출입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했다.
만약 체온이 중국 보건당국이 공고한 발열 기준인 37.5도를 넘으면, 관리원들은 중국 보건당국이 지정한 의료기관 등에 연락해 즉시 조처를 하고 있다.
한 관리원은 "베이징시에서 지시가 내려와 아파트 출입 통제를 강화했다"면서 "이 아파트뿐 아니라 베이징 전역의 샤오취(小區·거주지역)는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봉쇄식 관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방호복 출입검문'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주 출입구를 제외한 아파트 출입구에는 철조망까지 처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갈 때면 혹시나 열이 많은 아이가 발열 기준을 넘을까 봐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 "격리 시설에 대한 안 좋은 소문도 있고, 단순한 감기일 수도 있는데 병원에 갔다가 감염이 될 수도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의 생활 습관도 많이 변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택배를 포함한 음식 배달, 식재료 배달 등 모든 배달원의 아파트 진입이 통제되면서 택배를 받기 위해서는 마스크와 알코올 소독제, 고글까지 낀 채 중무장을 하고 택배를 받으러 아파트 정문까지 나가야 한다.
물론 아파트 정문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다시 들어올 때는 체온 측정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중국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손수레에 택배를 가득 싣고 가는 주민과 배달 음식을 손에 들고 다니는 주민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가끔 먼 거리를 돌아가기 싫어 철조망으로 봉쇄된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배달원과 '비밀 접선'을 하는 주민들도 눈에 띈다.
교민 박 모씨는 "요즘 마트에 가기도 무섭고, 가족들도 한국에 들어가 있어 배달 음식을 주로 시켜 먹는다"면서 "배달을 시킬 때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15분 떨어진 정문까지 다녀와야 해 불편하고, 감염에 대한 걱정도 된다"고 불만을 표했다.
중국 아파트 내에 위생관리와 소독, 쓰레기 처리 등 규정도 한층 강화됐다.
일단 외부 차량과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것은 기본이고, 곳곳에 위생 관리 포스터나 마스크 착용 독려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또 관리소와 자치위원들은 아파트 내에 남아 있는 가구 수와 구성원 수도 모두 조사한다.
베이징 시내 아파트에는 며칠 전부터는 아파트 자치위원회에서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집집이 방문하며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주민이 문을 열어주면 "최근 외지 다녀온 적 있느냐"고 물은 뒤 "없다"고 하면 사인을 받고 이름과 연락처를 받아 간다. 만일 외지를 갔다 왔다고 하면 2주 동안 집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해야 한다.
또한 동마다 1층에 마스크만 따로 버릴 수 있도록 별도 수거함이 설치됐고,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각층 계단은 매일 두세 차례 진행되는 소독으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한 환경미화원은 "평소 쓰던 소독원보다 배 이상 진하게 타서 아침에 두 번, 오후에 두 번 아파트 동별로 내부 소독을 한다"면서 "특히 문손잡이와 엘리베이터는 집중적으로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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