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신종코로나 황금방역기 어떻게 놓쳤나
최초폭로 의사 유언비어 유포로 처벌
발원지 야생동물 시장 환자 발생 22일 뒤에야 폐쇄
'사람간 전염' 뒤늦게 밝혀…춘제 맞물려 우한 봉쇄 전 500만명 빠져나가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이미 황금 방역기는 놓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방문했던 홍콩대학의 한 전문가는 지난달 이렇게 탄식하며 두렵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가 첫 발병 한지 2개월 만에 사망자는 560명이 넘었고 확진 환자는 2만8천명을 돌파했다.
중국 일각에서는 초기 대응에 실패해 황금 방역기를 놓친 탓에 사태가 이처럼 일파만파로 커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코로나 발병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12월 30일이다.
6일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우한시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화난(華南)수산시장에서 온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 7명이 응급과에서 격리됐다는 말을 동료로부터 들었다.
그는 대학 동창들의 단체 채팅방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사스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고 일종의 코로나바이러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자 다음날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수산시장과 관련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국은 방역보다는 사회 안정에 더 치중하는 듯했다.
리원량은 12월 31일 새벽 1시에 우한 위생건강위에 불려가 발병 소식의 출처를 추궁당했다.
우한 경찰은 최초 폭로자 리원량의 경고를 유언비어로 몰아세웠다. 경찰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며 8명을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공지했다.
리원량은 인터넷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렸다는 내용의 '훈계서'에 서명해야 했다. 그는 신종코로나 환자를 진료하고 나서 자신도 발병했으며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한 시에허(協和)병원 의사 린위(林羽)는 신종코로나 시작 단계에서 우한시의 전략은 "무대응"이었으며 삼엄한 정보 통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름은 수산시장이지만 실제로는 야생동물을 도축해 팔던 화난수산시장은 1월 1일에야 문을 닫았다.
이곳에서 최초의 환자가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8일이었다.
공중위생 전문가인 장쭤펑(張作風)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는 신종코로나 환자가 나온 지 일주일 안에 시장을 폐쇄하고 확진자와 의심 환자, 접촉자를 격리했다면 지금처럼 엄중한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첫 발병부터 시장 폐쇄까지 22일간 많은 시민이 이 시장에서 감염됐을 수 있다. 방역의 가장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중국신문주간은 지적했다.
우한시와 후베이성의 양회(兩會·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기간에는 발병 상황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혔다.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맞아 의도적으로 불리한 정보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심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우한시 위생건강위는 우한시 양회(兩會)가 열린 지난달 6∼10일에는 새로운 상황을 발표하지 않다가 11일에 확진자가 41명이고 이 가운데 1명은 사망했다고 밝혔다.
같은달 12∼17일에도 새로 보고된 환자가 없었지만 당시 외국에서는 계속 환자가 늘어났다. 이 기간은 후베이성 양회 기간과 겹쳤다.
지난달 18일에는 우한시에서 4만가구가 참석하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맞이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발병 사실을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여러 차례 "사람 간 전염 현상은 뚜렷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의료진 감염도 없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다 1월 20일에야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가 신종 코로나의 '사람 간 전염' 현상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종코로나 관련 첫 지시도 이때야 나왔다.
하지만 이미 춘제 대이동은 시작된 뒤였다.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한 것으로 밝혀지고 나서도 우한 '봉쇄'는 1월 23일에야 시작됐다. 그러나 이미 봉쇄 전에 500만명이 도시를 빠져나간 뒤였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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