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활동가 해킹 의혹 이스라엘 기업에 압박 고조
오바마 행정부 시절 고위 관료 NSO그룹서 사임
왓츠앱, NSO그룹 고소 예고…NSO그룹 "고객 악용 가능성 조사 중" 해명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인권 활동가와 언론인 등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스라엘 보안기업에 대해 국제사회 압박과 비판 여론이 고조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 시절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지낸 줄리엣 케이옘 하버드 교수가 이스라엘 정보보안기업 NSO그룹(이하 NSO)의 고문직을 사임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케이옘 교수가 NSO를 떠난 경위가 정확하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가디언은 그가 NSO의 해킹 스파이웨어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 사임했다는 데 주목했다.
케이옘 교수의 NSO 사임 소식이 알려지기 하루 전 하버드대는 케이옘 교수 주최로 열릴 예정이었던 여성 언론인 안전을 주제로 한 온라인 세미나를 취소했다.
하버드대는 언론자유 지지단체의 거센 비판에 케이옘 교수의 세미나를 열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국제 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카이옘 교수가 몸담은 NSO가 언론 탄압에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케이옘 교수가 여성 언론인 안전 세미나를 주최하는 것은 "석탄기업 임원이 재생에너지에 대해 말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케이옘 전 차관보는 6개월 전 톰 리지 전 국토안보부장관, 제라르 아로 전 미국 주재 프랑스대사와 함께 NSO에 영입됐다.
NSO는 이들을 영입하면서 정부의 중범죄·테러 대응 지원 업무를 맡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인, 반체제 인사, 시민사회 활동가의 휴대전화에 깔린 왓츠앱 애플리케이션이 NSO의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에 의해 해킹됐다는 정보보안 전문가·집단의 보고가 잇달았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의 정보보안 비영리기관인 시티즌랩에 따르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벤 허버드 기자, 반(反)사우디 왕실 인사 오마라 압둘라지즈와 가넴 알마사리, 국제앰네스티 직원 등 최소 5명이 NSO의 스파이웨어를 이용한 사우디 연계 해커의 공격을 받은 정황이 나타났다.
공격 통로가 된 왓츠앱은 지난해에 약 2주에 걸쳐 이용자 1천400명이 NSO 스파이웨어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NSO를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NSO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SO는 자국 이스라엘에서도 소송을 당했다.
NSO는 자사의 기술이 범죄 수사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고객들이 해당 기술을 악용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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