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로 경기타격"…올 성장률 등 전망치 줄하향
증권업계 "1분기 성장률 하락 불가피…올 성장률 2% 미달 가능성"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할 것"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내외 소비 위축 등 실물경제 타격이 현실화하면서 증권사들이 한국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올해 간신히 살아나려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어 올해 성장률을 2% 미만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삼성증권[016360]은 3일 신종 코로나의 영향을 고려해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전년 동기대비)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0.2%포인트 낮췄다고 밝혔다.
정성태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의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이후 조업 재개가 늦춰지면서 한국의 2월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당초 한국 2월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15.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10% 증가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이달을 정점으로 오는 4~5월에 진정될 경우 중국과 한국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각각 0.4%포인트, 0.15%포인트 안팎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광업 등 내수 서비스업 피해, 사태 장기화 시 아시아 지역 생산망 둔화에 따른 수출 타격, 간접적인 투자 및 고용 위축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가계 및 외국인의 국내 소비가 위축되고 중국 수요 감소에 따라 수출 역시 위축될 수 있어 1분기 국내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1분기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권희진 연구원은 "경기가 저점을 지났다는 기대감이 미뤄지면서 적어도 1분기, 어쩌면 2분기까지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교보증권[030610]은 나아가 이번 사태로 올해 한국 성장률이 2.0%에 머물고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 확산해 국내 수요까지 충격을 받을 경우 2.0%에도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로 중국 수요가 충격을 받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 올해 성장률은 4.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경우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이 0%로 떨어지면서 올해 수출 회복 및 경기 회복이 무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경제 지표 눈높이를 줄줄이 낮추는 것은 신종 코로나로 인해 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실제 경제활동이 타격을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핵심 지역인 상하이와 광둥성 등을 포함한 14개 성(省)과 도시들이 춘제 연휴를 이번 주말까지 연장함에 따라 경제활동 중단이 장기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백화점 매출이 급락하는 등 소비 위축이 뚜렷해진 가운데 자동차 업계의 경우 중국산 부품 재고 소진에 따라 쌍용차[003620]가 오는 4일부터 공장가동을 멈추고 현대·기아차도 조만간 생산라인 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생산 차질까지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로 야기된 대중의 일상생활 패턴 변화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이번 사태가 수요 부문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중장기 흐름을 바꿀 구조적 악재는 아니지만 1분기 이상 경제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에도 질병 악재가 경제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바 있지만, 이제는 가짜뉴스를 포함한 부정적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속도가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서 경제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책당국이 질병 자체에 대한 대응은 물론 기준금리 인하 등 강력한 경기 부양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시기에도 이슈 발생 이후 한 달 안에 기준금리가 인하됐다"며 "이번에도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희진 연구원은 "이미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이 막 집행되고 있어 아직 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 확대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이보다는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형렬 센터장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재개되려면 우선 감염자 수 감소와 백신 개발·공급이 중요하다"며 "국내외 경기 위축 신호가 강해질 경우 정책당국은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한 여러 부양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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