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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에 지구촌 곳곳서 '중국인 혐오'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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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에 지구촌 곳곳서 '중국인 혐오' 기승
학교·식당 등 "중국인 출입금지"…인종차별적 분위기 퍼져나가
"인종적 고정관념에 근거한 잘못된 정보도 급증"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중국인 혐오'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감염증의 발원지로 지목된 후베이성(湖北)성 우한(武漢)시를 최근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경계는 물론이고, 중국인 전체에 대한 반감이 지구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반감은 중국인을 넘어 아시아인 전체를 겨냥하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중국인들이 더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발 항공기의 입국이 금지되는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인 혐오 현상을 전했다.



◇ 아시아에서도 "중국인 출입금지"
이러한 '중국인 혐오' 현상은 같은 아시아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중국인 출입금지"를 창문에 써 붙인 식당이 등장했으며,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에 5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일본의 한 식당을 찾은 중국인 여성에게 종업원이 "중국인은 나가라!"고 소리치는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서 종업원은 어딘가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손님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식당 주인이 바이러스에 걸려 죽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한국과 일본에서의 반응은 이번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와 별도로, 이들 나라가 오랫동안 중국에 대해 지녀온 반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중국계 혈통'이라는 이유로 싱가포르 단체관광객들이 현지 유명관광지 엘라록 입장을 거부당했다. 이 단체관광객 중 누구도 최근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었으나 '외모' 때문에 이 같은 일을 당했다고 이들 중 한 명이 블룸버그에 전했다.



◇ 서구는 언론까지 가세…노골적 인종차별 고개들어
서구에서는 언론까지 가세해 더욱 노골적으로 중국인 혐오가 번져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지역신문 르 쿠리에 피카르(Le Courrier Picard)는 1면에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황색 경계령"(Yellow Alert)이라는 제목을 내걸었다가 역풍을 맞자 사과했다.
이 기사에 대해 항의한 독자들은 "황색 경계령"이라는 제목이 19세기 동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사용됐던 '황색 위험'(Yellow Peril)을 떠올리게 한다며 트위터를 통해 비난했다.
덴마크에서는 지난 27일 일간지 질란츠-포스텐(Jyllands-Posten)이 중국 국기의 왼쪽 상단에 있는 다섯개의 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입자로 바꿔 그린 만평을 게재하자, 현지 중국 대사관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신문의 편집장은 이날 중국의 상황을 조롱할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사과하는 것은 거부했다.
또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현지 북섬 관광 도시 로토루아의 최연소 의원 피셔 왕도 인종차별적 분위기에 대해 토로했다. 최근 이 지역 병원에서는 네 명이 우한 폐렴 관련 검사를 받았다.
20여년 전 대만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한 왕 의원은 "그들을 모두 그들이 왔던 데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말이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으며, 최근 슈퍼마켓에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내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집단과 특정 인종을 향해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며 "그들은 농담인 양 뱉은 말이지만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교육현장은 더 예민…잘못된 정보도 퍼져
미국 등 각국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9일 미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나온 후 이 학교 아시아계 학생들이 언어폭력과 멸시하는 시선 등 노골적인 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가장 능력이 뛰어날지라도 중국인 교직원은 기피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교 당국은 확진환자가 학생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으나, 현재 환자가 격리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학 학생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하며 수업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 당국에 더 강화된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서명에 2만여명이 서명했다.
한 베트남 출신 신입생은 "수업 시간에 누구도 내 옆에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학교들에 중국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연기하라고 권고했으며, 파리의 고등학교 최소한 한 곳이 이번 주 도착 예정이었던 중국인 학생들의 초청을 취소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중국계 캐나다인 단체인 '사회정의를 위한 캐나다 중국인 전국위원회'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차별받고 손가락질당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토론토 북부 요크리전 교육위원회에는 최근 중국에서 돌아온 가족이 있는 학생들의 교실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여기에는 1만명가량이 서명했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미 뉴욕주 업스테이트에 있는 한 고교의 중국계 학부모 에이미 리는 지난주 학교로부터 자신의 자녀들이 속해 있는 중국어반의 현장 체험 학습이 취소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해당 현장학습은 뉴욕시 차이나타운의 춘제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었는데 학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홍콩 출신이자 현지 고교 과학교사인 리는 NBC에 "(이메일을 받고) 어처구니없었다"면서 "바이러스는 이곳으로부터 7천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NBC방송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나가면서 인종적 고정관념에 근거한 잘못된 정보도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증가일로의 외국인 혐오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의 또다른 부작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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