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해외자금 '밀물'…일각선 과열 지적도
미 투자펀드 블랙스톤, 日 임대용 아파트 매입에 3조원대 투자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외국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투자펀드인 블랙스톤그룹은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소유하고 있는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등 대도시권 임대 아파트 220동을 3천억엔(약 3조2천억원)에 일괄 구입하기로 했다.
이들 임대 아파트의 대부분은 원래 블랙스톤이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일본법인으로부터 2014년에 약 2천억엔을 주고 사들인 것이다.
이후 블랙스톤은 추가 매입을 통해 일본 내 보유 아파트를 늘린 뒤 2017년 안방보험에 2천600억엔을 받고 모두 매각했는데, 별도의 펀드를 내세워 안방보험에 팔았던 것을 약 3천억엔을 주고 되사기로 했다.
닛케이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성사된 최대 규모의 부동산 거래는 미국 모건 스탠리가 세계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전일본공수(ANA)로부터 호텔 13곳을 인수했을 당시의 2천800억엔이었다며 이번 거래는 그 금액을 웃도는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스톤그룹이 2년여 전 팔았던 금액에 400억엔가량의 웃돈을 붙여 일본에서 임대용 아파트를 되사기로 한 것은 일본 부동산 임대시장을 그만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실제로 일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최근 들어 외국 자본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도쿄 메구로(目黑)구에 있는 웨스틴호텔도쿄가 작년 말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는 중국계 투자회사인 브라이트 루비에 약 1천억엔에 넘어갔다.
또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작년 일본에서 임대용 아파트 80동을 사들였다.
외국 자본의 일본 부동산 매수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초저금리를 앞세운 금융완화 정책을 본격화한 2013년부터 늘어나 작년 9월까지의 누계액이 약 5조엔에 달했다.
2017년에는 연간 1조엔 이상의 외국 자본이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전체 거래액의 26%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는 1990년 정점에 달했던 버블 경제가 붕괴한 이후 오랜 침체기를 겪은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산출하는 오피스 빌딩, 임대 아파트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도쿄 등 3대 도시권에서 10년 전과 비교해 30%가량 올랐다.
해외 자금의 활발한 유입에 힘입어 인기를 끄는 도심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가 과열되는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닛케이는 도쿄의 주요 오피스 빌딩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이 작년 9월 현재 2.8% 수준으로,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2.3%)나 싱가포르(1.8%) 등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높은 편이라며 일본 부동산 시장에 외국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자금 조달 비용이 낮고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비싸 투자 수익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외국자본이 일본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견인하는 구도가 뚜렷해지면 전매가 활발해지는 등 '머니 게임' 색채가 짙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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