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설전만 남은 다보스…트럼프는 국내문제에 매몰
'지속가능 담론'보다 트럼프-툰베리 설전에 관심
"트럼프, 자국 대선에 국제무대 이용" 비판
(다보스=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스위스 다보스에서 나흘간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 총회(다보스포럼)가 24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올해 총회는 50주년을 맞아 기후 대응 등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본래 의도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설전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2년 만에 포럼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가 모인 국제 행사를 미국 대선과 탄핵 심리 방어 등을 위한 국내용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이 포럼에서 유럽연합(EU)에 수입산 자동차 관세를 높일 수 있다고 거듭 위협하면서 WEF가 강조하는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56살 차이 '앙숙'의 기후 변화 신경전
올해 다보스포럼에 트럼프(73) 대통령과 청소년 환경 운동의 아이콘인 스웨덴 출신의 툰베리(17)가 참석한다는 소식에 두 사람이 벌일 신경전에 이목이 쏠렸다.
기후 변화를 부정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다보스포럼이 제안한 '나무 1조 그루 심기'에 동참하겠다고 하자 툰베리는 나무 심기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튿날 기후 변화가 조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취했지만, 참모진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설전에 다시 불을 붙였다.
므누신 장관은 23일 툰베리를 향해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에 우리에게 돌아와 그것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고, 툰베리는 화석 연료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모순된다는 점은 학위가 없어도 알 수 있다며 되받아쳤다.
포럼 기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기후 대응은 생존의 문제라며 대응을 촉구했지만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툰베리가 독차지했다.
◇ 트럼프, 국제무대서 자화자찬…탄핵 등 국내 문제 매몰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다보스포럼을 2년 만에 찾았지만, 국제 문제보다는 미국 국내 문제에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포럼 기간 미국 상원이 자신의 탄핵 심리를 본격화하자 이를 상쇄하려는 듯 감세, 규제 완화, 임금 상승, 중국과의 1차 무역 합의, 주가 상승 등 재임 기간 경제적 성과를 부각했다.
국제무대를 11월 미국 대선을 위한 '사전 유세'와 탄핵 심리에 쏠린 관심을 분산하는 데 활용한 셈이다.
AFP 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의 목적은 국제 정책에서 그의 최대 관심사가 '미국 우선주의'라는 점을 미국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심리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미국 경제의 성공을 자랑하려고 다보스의 중앙 무대에 섰다"고 보도했다.
◇ 미국, 보호무역 재차 강조…중국에 이어 EU에 '선전포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유럽연합(EU)이 이른 시일 내 협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자동차 등 EU의 수입품에 매우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고 거듭 위협했다.
최근 중국과 1차 무역 합의에 서명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되자 '전선'을 EU로 옮긴 것이다.
다보스포럼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세계화를 강조하는 국제 행사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번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며 상대국을 압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년 전 다보스포럼에서도 포럼 기간 내내 보호무역주의에 기댄 미국 우선주의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꼬집듯 미국과 18개월간 무역 전쟁을 벌인 중국의 한정(韓正) 부총리는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아무것도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개방주의와 다자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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