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탈출, 일본 사법제도 개선 기회로 삼아야" 日 자성 목소리
"자백받으려고 부인하는 피고인 장기간 구속…'인질사법' 비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형사 재판을 앞두고 외국으로 달아나 일본의 사법제도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이를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에서도 나왔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곤 전 회장의 도주 사건과 관련해 23일 실은 기타무라 가즈미(北村和巳) 논설위원의 기명 칼럼에서 곤 전 회장의 일본 수사·사법제도 비판이 "빗나간 점이나 과장이 많지만, 피의자 조사나 신병 구속의 존재 방식 등에 관해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견해를 밝혔다.
기타무라 논설위원은 피의자 신문을 중심으로 하는 수사가 "때로는 자백을 얻기 위한 강요나 유도를 낳고 허위 자백에 토대를 둔 원죄(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백을 얻기 위해 부인하는 피고인을 장기간 구속하는 경우가 있으며 일본변호사협회는 이런 실태를 신병 구속과 자백을 교환하는 '인질사법'(人質司法 )이라고 불러왔다고 소개했다.
기타무라 논설위원은 법정형이 사형 등 중대한 범죄가 아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보석이 허가되어야 하지만 일본 법원이 과거 증거 인멸 우려를 넓게 해석해 보석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결 확정 때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다"며 곤 전 회장의 도주 사건으로 인해 보석을 확대하는 흐름을 되돌려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기타무라 논설위원은 '묵비권을 행사(진술 거부)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다며 인격을 부정하는 듯한 피의자 신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길게 신문을 계속하는 것은 묵비권 침해'라는 미야무라 게이타(宮村啓太) 변호사의 견해를 소개하며 비뚤어진 수사 관행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일본이 피의자 조사 때 변호인 입회를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나 고문 금지위원회가 변호인 입회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논의를 심화해야 할 주제"라고 평가했다.
기타무라 논설위원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일본과 달리 피의자 조사 때 변호인의 입회를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일본 언론은 곤 전 회장이 레바논으로 도주한 후 기자회견 및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사·사법 제도를 비판한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국제사회의 오해를 유발한다'는 관점에서 주로 접근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일본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곤 전 회장의 일본 사법제도 비판에 수긍할 수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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