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디지털세 글로벌 합의 필요…영국, 일단 시행 미뤄야"
구리아 사무총장 밝혀…므누신 美 재무장관도 도입국가에 보복 경고
자비드 英 재무장관 4월 강행 방침…"글로벌 합의 있으면 폐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디지털세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을 포함한 특정국가가 단독으로 이를 도입하는 것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공정한 부담을 하지 않는 기술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에 글로벌 해법 없이 40여개 국가가 제각각 디지털세를 부과한다면 불협화음과 혼란을 불러올 것이며, 도처에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이 오는 4월부터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영국 정부는 절대적으로 이를 미루고 다자간 해법 찾기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그러나 이날 예정대로 디지털세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재무부는 "4월부터 디지털세를 도입할 것"이라며 "만약에 글로벌 해법이 찾아진다면 (영국 단독 부과는) 폐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세는 전임 테리사 메이 총리 당시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이 발표한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업체들이 국경을 넘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정 부분에 과세하는 것이다.
통상 이들 기업은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등 우호적인 조세 환경을 갖춘 곳에 본사 등을 두고 매출을 돌림으로써 다른 지역에서 세금을 줄여왔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들은 이로 인해 자신들이 공정하지 못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토론해왔다.
영국의 디지털세는 구체적으로 글로벌 매출이 5억 파운드(약 8천억원)가 넘고, 영국 내 매출이 2천500만 파운드(4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기업의 영국 내 매출의 2%를 디지털세로 거둬들이면 2023∼2024년까지 4억4천만 파운드(약 7천억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이미 디지털세를 도입했으며,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터키 등도 부과를 검토 중이다.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를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자국 인터넷 대기업들에 대한 차별로 결론 짓고 관세 보복 절차에 착수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일 양국이 연말까지 협상을 계속하면서 그 기간에는 관세 인상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을 포함해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관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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