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대책 한 달] 수도권 일부도 '풍선효과'…전세 고공행진
조정대상지역 풀린 고양, 용인·광명·수원 등지 갭투자 문의 늘어
새해 전세 수요 주춤하지만 가격은 여전히 강세…3∼4월이 주택시장 변곡점 될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12·16대책이 한 달을 맞으면서 일부 수도권에서도 풍선효과가 감지되고 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규제가 강력한 서울 강남권을 피해 비강남권이나 수도권의 저평가 지역에 투자 매수세가 몰리며 반사이익을 보려는 것이다.
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달 들어 학군 수요 감소로 전셋값 상승폭은 한풀 꺾였지만 가격은 여전히 근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 수도권으로 확산한 풍선효과…갭투자 수요 꿈틀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 풀린 고양시 일대는 최근 12·16대책 덕까지 보며 가격이 뛰고 있다.
일산서구와 일산동구 아파트값은 조정대상지역 해제 이후 2천만∼5천만원가량 오른 곳이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일산동구 식사동 위시티4단지 자이는 전용 134㎡는 현재 호가가 6억원으로 최근 한 달 새 2천만∼3천만원가량 올랐다.
식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단지는 좋아도 서울에서 멀고 중대형이어서 평소 갭투자가 별로 없던 곳인데 이번 조정지역 해제,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투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전용 134㎡ 전셋값이 4억8천만∼5억원으로 높아 현금 1억∼1억2천만원 정도만 들고 와서 집을 산다"고 말했다.
용인 수지구 동천동 신명스카이뷰 전용 84.9㎡는 이달 4일 6억2천5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최고가(5억9천500만원)보다 3천만원 오른 것이다.
동천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분당 생활권이다 보니 서울·분당 집값이 오르면 이곳도 영향을 받는다"며 "서울 규제의 풍선효과가 용인까지 미쳤다"고 분석했다.
광명시 철산12단지 전용 53㎡는 대책 발표 전인 지난달 14일 실거래 가격이 5억7천만원이었는데 현재 시세가 6억3천만원 선으로 올랐다. 재건축 추진 호재로 호가가 뛰는 것이다.
철산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이곳에 투자해 단기 시세차익으로 종잣돈을 모르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며 "12·16대책의 대출 규제 때문인지 전세를 끼고 소액투자를 할 수 있는 아파트가 더 인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 수원 일대도 최근 투자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비해 강남의 영향을 직접 받는 분당신도시는 12·16대책 발표 이후 관망세가 짙어진 분위기다.
분당 서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대책 발표후 매물도 별로 없지만 일단 매수 문의가 많이 줄어 거래가 안 된다"며 "전용 84㎡ 이하는 15억원 이하여서 대출도 가능하지만, 강남이 위축되면서 이곳도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 전셋값은 불안 지속…연초 학군 수요 감소로 일시 '주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강세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달 들어 연초 분위기와 학군 수요 감소로 전셋값 상승폭이 한풀 꺾였지만, 가격은 여전히 높다.
12·16대책 이후 전세 수요가 증가한데다 기존 세입자와의 재계약이 많아 물건이 부족하다.
학군 인기지역은 입시제도 개편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양도소득세 비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는 경우가 늘면서 전세 물건 자체가 귀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의 전언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학군 수요 때문에 작년 하반기 내내 전세시장이 불안했고, 가격도 상반기보다 2억원가량 올랐다"며 "전세 물건이 부족해 중개업소끼리 물건 공유도 못 할 정도"라고 상황를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이나 노원구 중계동 등 학군 인기지역은 물론 비강남권 새 아파트 단지는 여전히 전세가 거의 없다.
다만 올해 들어 전세를 찾는 수요자도 다소 줄면서 전셋값 상승세는 일단 멈췄거나 주춤한 분위기가 많다.
한국감정원 통계로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2주 연속 감소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전셋값 강세는 지속되고 있는데 이달 들어 물건이 하나둘 늘고 있고, 이전만큼 계약이 빨리 되진 않는다"며 "다만 최근 정부 대책으로 매매 대신 전세수요가 늘어날 분위기여서 설 이후에도 전세가 쌓일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예상했다.
◇ 서울 주택시장 3∼4월 급매물이 관건…전셋값 불안은 지속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지역은 당분간 매수·매도자 간 눈치 보기로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 공백이 계속될 경우 결국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재건축 단지 외에 기존 아파트는 집주인이 쉽게 급매물을 안 내놓으니 싼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집값이 고점 대비 최소 20%는 떨어져야 매수자가 나서고 거래도 이뤄질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설 연휴 이후부터 3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 가격 공개를 기점으로 급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보유세 부담이 많은 다주택자가 6월 말까지 한시적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 내 집을 팔려고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시세 9억∼15억원 미만은 70%, 15억∼30억원 미만은 75%, 30억원 이상은 80%까지 각각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 지난해 실거래가가 많이 오른 강남권 아파트는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30∼4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실장은 "6월 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시한을 앞두고 3, 4월이 상반기 주택시장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중의 과도한 유동성, 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9억원 이하 주택 등에 대한 풍선효과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서 집값 하락폭을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전셋값 불안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올해 서울지역 입주 물량이 지난해와 비슷하고, 재건축 이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 적지만 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매매의 전세 전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안명숙 부장은 "매매가격 하락 압력이 심할수록 전세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 등 추가 규제 여부도 단기적으로 전세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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