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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결산] 글로벌 스탠다드 된 삼성·LG…혁신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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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결산] 글로벌 스탠다드 된 삼성·LG…혁신은 '글쎄'
패스트 팔로워 중국, 8K·AI·IoT 제품 줄줄이…'초격차' 필요성 절감
모빌리티서 기회 엿보는 전자업계…'주인공' 뺏길까 우려도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이 10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매년 CES의 주인공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올해도 빛을 발했다.
두 회사가 작년에 내놓았던 제품과 비슷한 제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깔렸지만, 관람객이 몰린 건 여전히 이들 두 한국 기업의 전시장이었다.
다만 올해 CES를 장식한 화두 '모빌리티'에 밀려 가전업체의 위상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삼성·LG 그대로 뒤쫓는 글로벌 가전
LG전자 권봉석 사장은 CES 기간 "저희가 개발하고 출시했던 인스타뷰 냉장고는 이제 거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투명 디스플레이로 레시피를 검색하거나 냉장고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한 LG 인스타뷰의 기능을 중국 업체 대부분이 똑같이 채용해 이번 전시에 내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중국 가전 업체 전시장에는 한국 TV를 그대로 본뜬 듯한 제품이 여러차례 눈에 들어왔다.
TV 제조사 가운데 8K를 내놓지 않은 곳이 없었고, 중국 최대 TV 업체 TCL은 삼성전자의 QLED TV와 마이크로 LED를 표방한 제품을 가져왔다. 삼성전자의 '세로 TV'도 TCL과 하이센스 등이 그대로 따라 했다.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은 간담회에서 "8K 칩을 만들려면 최소 2년 이상은 걸리는데, 작년 초부터 시작했으면 내년에 나온다고 보는 것"이라며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2년 정도로 추정했다.
그나마 중국 일부 업체가 내놓은 미니 LED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공개됐으나 업계에서는 LED 크기를 소폭 줄인데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전 쪽도 LG 트윈워시와 흡사한 TCL의 듀플렉스 등 유사 제품들을 전시장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삼성과 LG가 선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중심의 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도 이미 하나의 큰 흐름이 됐다.
권봉석 사장은 중국 업체들의 발빠른 팔로업에 대해 "카피를 너무 잘하고 있다"며 "우리도 기술적 차별화를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들로선 기술표준 선도와 함께 초격차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한 CES 행사로 평가됐다.


◇ 삼성·LG에 몰린 관람객…'기술 정체' 의견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시장은 전시 내내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경쟁사와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도 이들 부스를 중점적으로 둘러봤다.
특히 CES 개막 전날 공개된 삼성전자의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 '볼리' 시연장 앞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작년에 이어 전시된 삼성의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GEMS)를 착용해보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도 많았다.

LG전자는 '클로이 테이블'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정교하고 막힘없는 동작으로 국수를 삶고 접시에 담는 협동 로봇에 카메라 렌즈가 집중됐다.
이 밖에도 접시를 닦는 설거지 로봇, 커피를 내리는 로봇 등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SK그룹의 통합 전시관은 배터리, 반도체, 통신 등 단조로운 제품 전시 대신 눈길을 사로잡는 조형물을 배치하거나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SK하이닉스[000660]는 반도체로 만드는 미래 도시를 라스베이거스 건물 모형과 조명으로 표현했고,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자동차, 선박, 헬기까지 이어지는 모빌리티를 조형물에 비전을 담았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30분마다 이색 공연이 펼쳐져 주목받았다. 로봇 팔에 몸을 맡긴 배우가 스크린 뒤쪽에서 영상에 맞춰 안무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다만 3∼4년 전부터 CES가 이른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별칭이 붙으면서 모빌리티에 관심을 빼앗기는 모습도 보였다.
별도의 모빌리티 전시관에 사람들이 몰렸고 미디어의 주목도도 남달랐다. 가전, IT 업체들도 모빌리티 반열에 합류하면서 몸집은 더욱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전시를 보면서 기술 혁신이 다소 정체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가장 주목받은 건 모빌리티"라고 말했다.
공개 전시가 제품 카피(copy)로 이어지면서 일부 혁신 제품을 프라이빗(private)룸에서만 전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스타트업에 샘솟는 혁신…'웰니스'에 주목
상용성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 전용 전시관 유레카 파크는 톡톡 튀는 제품으로 가득했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C랩 부스에는 전면 카메라가 사용자의 손동작을 인식해 키보드 입력으로 전환해 주는 '셀피타입'이 전시됐다.

형광펜으로 종이에 밑줄을 그으면 글을 디지털로 관리해주는 '하일러'와 원거리 터치 시스템 '브이터치' 등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 스타트업 전시는 '웰니스'(Wellness·웰빙과 건강의 합성어) 트렌드에 기반한 제품들이 다수 전시됐다.
삼성 C랩 부스에도 탈모 예방 홈케어 솔루션 '비컨'과 인공 햇빛을 생성하는 창문형 조명 '써니 사이드' 등이 전시됐다.

물을 분사해 치아를 세정하는 국내 SMD솔루션의 구강 헬스케어 제품과 카메라 없이 노인의 일상을 감지해 개인정보 보호와 건강 체크를 동시에 가능케 한 센서스콜의 제품은 '노인 케어'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이밖에 숙면을 책임지는 훔(hoom)의 밴드형 이어폰, 물만 채우면 집에서 허브를 키울 수 있도록 한 미라블(miravel)의 식물재배기, 마이핏(myfit)의 내 귀에 딱 맞는 맞춤 제작 이어폰 등도 전시됐다.
acui7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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