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리 "유럽의회서 보수세력 약화…새 구상 필요"(종합)
유럽의회 중도우파 그룹 EPP에 불만…보수 신당 창당 시사
"이라크와 관계 유지되는 한 병력 계속 주둔"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헝가리의 우파 민족주의 지도자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9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보수 신당의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의회 내 최대 교섭 단체이자 중도우파 정당들의 모임인 유럽국민당(EPP)이 진보적이고 중도적인 정책으로 기울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의회에서 중도 성향의 '리뉴유럽' 그룹에 속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상을 견제할 세력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PP가 (보수적인 노선으로) 진로를 바꿀 수 없다면 유럽 정치권에서 새로운 구상, 새로운 방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회에서 새로운 보수 그룹을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폴란드의 집권당 '법과 정의당'(PiS) 대표와 회동했다며 이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오르반 총리는 또 이날 회견에서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관련, 이라크가 양국 정부간 합의를 유지하는 한 이라크에 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는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으며 현재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에 약 15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더불어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를 "유럽에서 가장 용감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과 더 긴밀한 전략적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 내 대표적인 우파 민족주의 지도자로, 이주민에 대한 강경책과 법치주의 및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펼쳐 EPP와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EPP는 지난해 3월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여당 '피데스'(Fidesz)의 회원 자격을 정지했으며, 헝가리에 조사단을 파견해 상황을 파악한 뒤 이달 중 피데스의 제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오르반 총리는 EPP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EPP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eng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