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집권당 '당론 거부' 상원의원 제명…새해벽두부터 내홍
3명 극우 정당으로 연쇄 이탈 충격 한달만…오성운동 내분 격화
상원서 5석 차로 겨우 과반 유지…연정 지속가능성 의구심 확산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새해 벽두부터 내홍에 휩싸였다.
2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성운동은 지난달 의회에서 진행된 2020년도 예산법안 표결에서 당론을 따르지 않고 반대표를 던진 잔루이지 파라고네 상원의원을 이날 제명했다.
당시 표결에서 오성운동 일부 의원이 전열을 이탈해 논란이 됐는데 오성운동이 파라고네 의원을 콕 집어 출당 조처를 내린 것이다.
방송기자 출신인 파라고네 의원은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한 민주당과의 연정도 강하게 반대한 인물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파라고네 의원의 출당은 오성운동 소속 상원의원 3명이 한꺼번에 이전 연정 파트너였던 극우 정당 동맹으로 당적을 옮겨 정계에 거센 충격을 던진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총 321석인 상원에서 여권은 5석 차로 간신히 과반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파라고네 의원의 향후 처신에 따라 또 한 석이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과반을 지키고자 현 내각을 지지하는 소수 정당 의원들과 무당파 의원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정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성운동 내 분열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분석이 많다.
부패한 기성 정치 타파를 내걸고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2018년 총선에서 33%의 지지율로 최대 정당의 입지를 구축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기존 정당들과 뚜렷한 정책적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슈별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존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는 등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 오성운동의 전국 지지율은 18% 안팎으로 동맹과 민주당에 이어 3위권까지 밀려나 있다.
이 때문에 오성운동을 이끌어온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의 리더십을 둘러싼 내부 논쟁이 격화하는 등 갈등이 임계치에 이른 상황이다.
파라고네 의원은 당의 제명 결정에 "이유 없이 쫓겨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사태가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내 핵심 인물인 알레산드로 디 바티스타 전 의원마저 파라고네 의원을 지지하고 나서 당 지도부를 당혹게 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정책적 파열음 속에 오성운동의 내홍마저 깊어지며 연정의 지속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확산하고 있다. 조만간 연정이 붕괴할 것으로 보고 벌써 총선 준비에 들어간 의원들도 있다고 한다.
연정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가 오는 7일 연정 파트너 간 갈등 봉합과 연정의 미래를 논의하고자 긴급회의를 소집했지만, 해법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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