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고육지책'…특례할인 없애되 보완책으로 반발 잠재우기
산업부·한전 공동발표로 '엇박자' 논란 불식…한전 실적 개선될까
(서울 세종=연합뉴스) 고은지 김영신 기자 = 적자 '수렁'에 빠진 한국전력[015760]이 이달 말 일몰(종료) 예정인 특례할인을 원칙적으로 끝내되 이로 인해 나올 수 있는 반발은 보완책으로 잠재우는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한전은 특례할인은 원칙대로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소비자의 반발을 고려해 한발 물러선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원칙적으로 특례할인은 종료하겠다는 한전의 의지를 보여준 만큼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전기요금 개편안이나 또다시 일몰이 도래하는 특례할인에서는 한전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명할지 주목된다.
◇ 특례할인 원칙적 일몰…종료 방식에선 한발 물러서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올해 일몰 예정인 특례할인은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요금 할인, 주택용 절전 할인 등 3가지다.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은 전통시장과 전통상점가의 일반용 저압 도·소매업 고객을 대상으로 해당 월 전기요금의 5.9%를 할인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11년 7월 도입돼 지금까지 몇차례 연장된 바 있다.
연간 할인액은 약 26억원, 고객 수는 월평균 2만4천가구 수준이다.
한전은 개편안에서 특례할인은 종료하되 전통시장 영세상인이 계속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중소벤처기업부, 전국상인연합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대체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체안을 위한 예산은 기존 전통시장 연간 전기요금 할인액의 2배 수준인 5년간 총 285억원을 책정했다.
또 대체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이 기간에는 기존 수준의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지원 방식은 전기요금 할인에서 기부금 형태의 직접 지원으로 바뀐다.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은 올해 일몰되는 전기요금 특례할인 중 특례할인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데다가 당장 종료할 경우 경기 위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상인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특례할인이 아닌 다른 형태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연간 할인액 또한 다른 특례할인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 이를 종료하면서 한전이 받게 될 반발보다 형식을 바꿔서라도 계속 지원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기자동차 충전전력 요금 할인은 정부의 전기차 활성화 방침에 힘입어 2016년 3월에 3년 9개월간의 적용 기간을 두고 도입됐다.
전기차 소유자와 충전서비스 제공사업자의 충전설비를 대상으로 기본요금은 면제하고 전력량 요금은 50% 할인하는 제도다.
올해 전기자동차 충전전력 요금 할인액 추정치는 333억원이다.
한전은 전기자동차 충전전력 요금을 일몰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지만, 소비자의 부담과 전기차 시장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올해 말로 당장 혜택을 끝내지 않고 2022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요금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말에 개편 방안이 결정돼 소비자들에게 사전고지 기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해 6개월간 현행 할인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할인 폭을 축소한다.
한전은 "더는 할인을 적용받지 않는 2022년 하반기에도 여전히 일반용 전기보다는 저렴한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며 "연료비 측면에서 전기차의 경제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가지 특례할인 중 주택용 절전 할인은 예정대로 종료된다.
2017년 2월 도입된 주택용 절전 할인은 직전 2개년 동월 평균 사용전력량 대비 20% 이상을 절감한 주거용 주택용 고객에게 동·하계 월 전기요금의 15%, 기타 계절은 10%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올해 181만9천가구를 대상으로 450억원을 할인해준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주택용 절전 할인제도의 도입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도 도입 전후의 전력소비량에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제도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매우 낮은 데다가 소비자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할인이 적용되는 등 절전 유도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다른 두 가지 제도보다 할인 폭은 크지만, 특례할인을 적용할 명분은 오히려 약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할인제도는 정해대로 일몰하고 주택용 전력수요 관리에 보다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아파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승강기 회생제동장치 교체 등 에너지 효율 향상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 산업부와 '물밑 협의'…최악의 경영실적 개선될지 주목
이날 개편안은 산업부와 한전이 공동 발표했다.
양 기관은 특례할인에 대한 도입 취지, 할인 효과 분석,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편안 마련은 일차적으로는 한전의 몫이지만, 산업부와 함께 발표함으로써 특례할인을 두고 불거진 '엇박자' 논란을 불식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10월 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며 "새로운 특례할인은 없어야 하고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는 모두 일몰시키겠다"고 말했다.
바로 다음 날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국회에서 "전기요금 할인 특례와 관련한 모든 제도를 일괄적으로 폐지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로 인해 산업부와 한전이 특례할인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김 사장이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후 산업부와 한전은 올해 일몰되는 3가지 특례할인을 두고 물밑에서 긴밀하게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개편안 역시 기관이 합의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전 관계자는 "당연히 정부와 검토를 같이한 것"이라며 "같이 고민한 결과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한전과 충분히 교감해서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편안을 보면 양측의 의견이 일정 부분씩 반영돼 있다.
특례할인의 명분과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서도 한전의 실적 악화를 계속 도외시할 수 없다는 고민이 모두 담겨 있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적자액이 2012년 이후 가장 큰 1조원에 육박한다.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 효과'에 기인한 것이어서 4분기에는 다시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이날 개편안 이후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전이 얻게 될 이익이 얼마인지와 관련해선 "지금 바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앞서 제시한 할인액의 영향이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내년 상반기 마련 예정인 전기요금 개편안에서도 경영에 부담을 주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이지만, 이는 정부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주택용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주택용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전기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소비자에게는 월 4천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산업용 전기요금을 손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적용되는 전기요금 특례할인 중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전력요금 할인(경부하 충전요금 50% 할인)과 신재생에너지 할인은 내년 말 일몰된다.
한전은 특례할인은 예정대로 끝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주장해온 만큼 이들 요금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는 종료한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내년 일몰되는 할인 혜택과 관련해서 "내년 중반부터 검토할 것"이라며 "효과를 분석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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