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 내년에 인구조사…힌두민족주의 강화에 반발 계속
시민권법 개정안 반대 시위 참여한 '독일 유학생' 출국 조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에서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의 시민권법 개정안(CAA)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도 정부가 내년에 인구조사를 하기로 확정했다.
인도 연방 내각은 24일(현지시간) 2020년 인구조사를 위한 예산 875억4천만 루피(1조4천억원)와 전국인구등록(NPR) 데이터베이스 갱신 예산 394억1천만 루피(6천435억원)를 승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인도는 1872년부터 10년마다 인구조사를 하고 있으며, 한국의 주민등록제도처럼 사진과 지문을 포함해 NPR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도 인구조사는 16차 조사이며 4월에 시작해 2021년 2월까지 진행된다.
문제는 이번 인구조사가 수많은 무슬림들을 무국적자로 내모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도국민당(BJP)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힌두민족주의'를 토대로 연방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13억5천만명 인구 가운데 절대다수인 80%가 힌두교를 믿는다. 무슬림은 14%를 차지해 약 2억명이다.
모디 정부는 지난 8월 무슬림 주민이 다수인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지위를 박탈했고, 아삼주에서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겠다며 국가시민명부(NRC) 등록 제도를 확정하고 이 제도를 다른 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독립 직전인 1971년 3월 24일 이전부터 아삼주에 거주했다는 것을 증명한 이들만 명부에 포함하면서 190만명이 무국적자가 될 위기에 처했고, 대부분 무슬림이다.
또, 이달 11일에는 '반(反)무슬림법'으로 비판받는 시민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인도로 온 힌두교도, 불교도, 기독교도, 시크교도, 자인, 파르시 신자에게 시민권 신청 자격을 주고, 무슬림은 배제했다.
이에 이달 초부터 아삼주, 우타르프라데시주, 서벵골주, 뉴델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무슬림들의 반정부 시위가 들끓고 있다. 그동안 20여명이 숨지고 7천5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날도 뉴델리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한 학생은 "인도는 각자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종교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도 이민국은 시민권법 개정안 반대 시위에 참여한 독일인 교환학생을 이날 본국으로 출국하도록 했다.
드레스덴공대에 다니다 인도 공과대학교(ITT)에 교환학생으로 온 제이콥 린덴탈은 "시위가 불법인지, 학생 비자 조건을 위반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인도 정부는 즉시 떠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야당이 시민권법 개정안 반대 시위에 가세한 가운데 인도국민당 지지자들은 개정에 찬성하는 '맞불 시위'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시위 빈발 지역의 전화망과 인터넷 통신을 차단했으며 성탄절과 연말연시 시위확산에 대비에 경찰 배치를 늘리고 치안을 강화한 상태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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