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리, 최악의 산불재난 중 하와이 휴가갔다 '몰매'
소셜미디어 난타…어린이들도 "하와이 공기좋더냐" 시위
사과·변론에도 재난악화·소방대원 사망에 여론 악화일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역대 최악 산불에 신음하는 호주에서 총리가 휴가를 떠났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20일 dpa통신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미국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자국 여론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는 곤경에 빠졌다.
현재 호주 동부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산불 확산 때문에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평균기온까지 41도를 넘어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하는 폭염까지 닥쳐 재난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주부터 소셜미디어에서는 갑자기 사라진 모리슨 총리의 행방을 캐묻는 게시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모리슨 총리가 휴가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은 총리실도 함께 포화를 맞았다.
결국 이날 모리슨 총리는 지난주 하와이 휴가 사실을 이실직고하고 사과 성명까지 냈다.
그는 "끔찍한 산불로 피해를 본 많은 호주인이 누구든지 나의 휴가 때문에 불쾌해졌다면 깊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인도, 일본 방문 때문에 휴가가 12월로 앞당겨졌고 휴가 중임에도 산불 재난의 진행 경과를 정기적으로 보고받았다고 항변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NSW주에서는 전날 의용소방대원 2명이 진화작업에 나섰다가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 이번 사고가 모리슨 총리의 휴가 논란과 겹쳐 부적절한 외유를 둘러싼 비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모리슨 총리는 아내와 두 딸은 하와이에 남겨두고 가능한 조속히 시드니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가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할 정도로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그렇지 않아도 모리슨 총리를 비판해왔다.
가뭄, 산불, 폭염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악감정은 이번 공백사태와 더불어 증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모리슨 총리의 시드니 관저 밖에는 어린이 시위대까지 몰려들어 비판에 동참했다.
어린이들은 "하와이는 공기가 좋더냐", "소방대원들은 언제 휴가 가냐"는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현재 시드니에서는 산불로 인한 연무 때문에 명물로 꼽히는 맑고 푸른 하늘이 실종됐을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이 지구촌 최악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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