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서 스페인까지 장장 9천㎞ 항해 '마약 잠수정' 덜미
코카인 3t 싣고 19일 동안 천신만고 운항…접선실패 후 꼬리잡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남미에서 유럽까지 마약을 운반했다가 최근 적발된 잠수정의 정체가 밝혀졌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스페인 경찰에 붙잡힌 이 잠수정은 코카인 3t을 싣고 남미 콜롬비아 레티시아를 떠나 19일 만에 스페인 갈리시아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로를 조사한 결과 아마존강 1천864마일(약 3천㎞), 대서양 3천750마일(약 6천㎞) 등 총 9천㎞를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크기가 20m 정도인 이 잠수정은 연료통이 2만L에 이르러 장거리를 운항할 수 있었다.
탄소섬유로 자체 제작한 이 잠수정은 2천 마력 엔진을 탑재하고 2m까지 물속에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됐다.
선원은 모두 3명이었다.
에콰도르 국적의 40대 중반 선원 2명은 지난달 잠수정이 상륙한 당일 붙잡혔고 스페인인 29세 선원은 닷새 뒤 검거됐다.
이들은 대서양 한가운데에서 공기 흡입구가 고장 나 하루 몇시간씩 뚜껑을 열고 항해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와중에 연료가 잠수정 안으로 새는 사고까지 만났고 스페인 해안에 와서는 폭풍, 잠수정 엔진 고장, 음식 고갈에 고생했다.
마약을 전달해주기로 한 이들과 접선하지 못한 이들은 나중에 마약을 찾아오기로 하고 잠수정을 해안에 버렸다가 덜미가 잡혔다.
잠수정이 마약 밀매에 동원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9월 미국 해안경비대는 콜롬비아 해군의 도움을 받아 남미 근해에서 5t의 코카인을 적재하고 해저로 이동하던 잠수정을 적발한 바 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유럽에서 마약을 적재한 잠수정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잠수정까지 동원한 것으로 미뤄 중남미의 대형 마약밀매조직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엘파이스는 이 소형잠수정의 가격이 250만 유로(약 32억5천만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