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대책] "다주택자에 퇴로 열어줘…매물 늘며 집값 하락 가능성"(종합)
전문가 "강남주택은 '투기재'…세금·대출 규제에 갭투자 수요 줄 것"
보유세 부담에 매도 증가 예상…규제 더해진 청약시장은 양극화 심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정부가 16일 발표한 12·16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고강도 대책으로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평가했다.
당초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분에서 추가 규제가 예상됐지만 세율 인상폭이 상당하고 추가 대출 규제의 강도도 세진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돈줄은 옥죄고, 집값에 비해 낮다는 보유세 부담을 더욱 높여 결국 '가진 자만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한다.
일단 이번 대책으로 갭투자 등 투자 목적의 매수세가 상당히 위축될 전망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우회·편법 대출도 상당수 차단돼 주택시장에 신규 진입이 더 어려워졌다"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대폭 축소돼 있어 섣불리 주택 수를 늘리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면서 주택 수 늘리기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큰 폭으로 인상하고, 보유세 근간이 되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도 8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할 방침이다.
올해 공시가격 17억1천200만원인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와 공시가격 8억6천400만원인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2가구를 보유한 A씨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팀장에 따르면 내년에 만약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현실화율을 반영해 각각 22, 23%가량 오르면 내년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현행 기준으로는 총 4천252만원이 부과되지만, 이번 대책 바뀌는 종부세 기준을 적용하면 총 4천910만원으로 늘게 된다.
이후 2021년과 2022년에 공시가격을 각각 5%씩만 올려도 보유세가 2021년에는 5천566만원, 2022년에는 6천270만원으로 증가한다. 공시가격 현실화 외에도 종부세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 90%, 2021년 95%, 2022년에는 100%로 늘어나면서 세부담은 더 커진다.
이에 따라 고정 소득이 없는 은퇴자 등은 물론이고 직장생활자, 소득이 적은 자영업자들도 강남 등 인기지역내 2주택 이상이나 초고가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보유세 부담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의 대다수 주택은 종부세 대상이 아니어서 세부담도 크지 않다.
시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축소하고,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주담대를 금지하는 등의 대출 규제 강화 조치는 강남 투자 심리를 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결국 강남 주택이 현금부자들의 전유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의 임원은 "이번 대책은 정부가 강남권 주택을 '투기재'로 보고 정책방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강남 고가주택은 단기 투자목적의 수요가 차단돼 현금부자들만 노릴 수 있는 재화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서울 마포·용산·성동구나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진구 광장동 등 비강남권의 전용 84㎡도 초고가로 분류되는 시가 15억원 이상이 많다는 점이다. 이번 대출 규제가 앞으로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강북 아파트 구입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서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까지 적용해주기로 한 것에 주목한다.
보유세 부담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에게 한시적으로 '퇴로'를 열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회피 매물을 내놓을 경우 그간 '없어서 못팔던' 매물난이 해소되고, 반대로 매수세는 위축되면서 집값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만 양도세 중과 면제 대상을 10년 이상 보유주택으로 한정함에 따라 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은퇴자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021년부터 1주택자가 최대 90%의 양도세 장특공제를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보유(40%)에 10년 이상 거주요건(40%)까지 더해짐에 따라 내년까지 장특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매물도 쏟아질 전망이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보유세 부담이 계속해서 급증함에 따라 집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앞으로 6개월 간 주택 매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장특공제가 강화되기 전인 내년 1년간 매물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하반기에 양도세 중과 배제가 종료되고, 20121년 이후에는 강화된 비과세 및 감세 효과를 얻기 위해 버티기 또는 실거주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수요가 늘면서 장기적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금 보유자가 아닌 이상 사실상 강남 입성이 어렵게 되면서 강남 청약시장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강남권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는 고가점의 청약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재당첨 금지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림에 따라 전반적인 청약 과열은 줄어들겠지만 강남 등 소위 '로또 아파트'에는 청약자가 대거 몰리고, 나머지 지역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 확대로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상한제 확대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상한제 시행에 따른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이미 가격에 선반영돼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평가가 엇갈렸다.
참여연대 박효주 간사는 "이번 정부 대책은 오래 전부터 시행해야 했던 것"이라며 "정책 방향이 전반적으로 부족하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실련은 "집값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 전면확대,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80% 이상으로 인상, 3기신도시 개발 중단 등의 강력한 투기근절책이 제시됐어야 했다"며 "잘못된 진단에 알맹이 빠진 대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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