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감독관 파견 추진에 멕시코 반발…USMCA 합의 '후폭풍'
美의회, USMCA 이행법에 '최대 5명 파견' 담자 멕시코 '주권침해' 반발
멕시코 외교차관, 항의서한 보내고 급거 방미…멕시코선 '안일한 합의'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하는 새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수정 합의 닷새 만에 멕시코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미국이 새 협정 합의의 후속 조치로 멕시코에 노동 감독관 파견을 추진하자, 멕시코는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멕시코 협상대표인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담당 차관은 15일(현지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미 의회 관계자들과 만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급히 날아갔다고 A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세아데 차관은 지난 13일 미 의회에 발의된 USMCA 이행법안 중 '멕시코 노동개혁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최대 5명의 노동 담당관을 파견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멕시코의 놀라움과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그것(미국의 담당관)이 위장된 감독관이라면 멕시코는 절대로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멕시코 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이미 멕시코에는 노동 분야 미국 담당관 한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타결된 USMCA 수정 협상에서 미국의 노동 감독관 파견은 전혀 합의된 바 없다는 게 멕시코의 입장이다. 멕시코는 미국의 이런 제안을 주권 침해로 보고 있다. 대신 멕시코, 미국, 제3국 전문가로 3자 패널을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는 게 세아데 차관의 설명이다.
세아데 차관은 "우리는 3자 대화(USMCA 수정 협상)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 내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조약의 일부가 아닌 '추가 내용'을 필요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NYT에 따르면 멕시코의 열악한 노동 문제는 이번 협상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으며, 미국의 노동단체와 민주당은 멕시코 노동자들이 노조위원장을 직접 선출하고 계약을 승인할 권한을 갖는다는 새 노동법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권이 너무 성급하고 안일하게 합의를 추진하다가 실수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멕시코 상원은 USMCA 합의 이틀 만인 지난 12일 곧바로 이를 승인했는데 그 직후 미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이다.
멕시코 경제교육연구센터(CIDE)의 정치학자 호세 안토니오 크레스포는 "세아데 차관이 혼자 USMCA 최종 협상에 들어간 것이 심각한 실수"라면서 "그가 다른 멕시코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면 속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측의 문제 제기에 USTR 측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자신의 노동법을 집행하기를 원한다"면서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이 매우 다른 여건에 있는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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