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역대급 총선완패'에 코빈 당대표 사퇴론
1935년이후 최악의 패배 예상…브렉시트 어정쩡한 입장에 젊은 표심 잃어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의 압승 예상과 달리 제1야당인 노동당은 역대급 패배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러미 코빈(70) 노동당 대표가 코너에 몰렸다.
출구조사대로라면 노동당은 1935년 이후 최악의 패배를 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코빈 대표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 노선을 따라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급진적으로도 비치는 좌파 노선으로 경제를 개혁하고 10년에 걸친 보수당의 지출 삭감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신의 지지층을 넘어선 일반 대중은 코빈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AFP는 코빈 대표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해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반유대주의 성향으로 테러리스트들에 동조한다는 비난을 받아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개표 결과, 한때 광산지역으로 노동당의 텃밭인 영국 북동부 블리스 밸리에선 사상 처음으로 보수당이 승리했다.
코빈 선거 대책팀은 이와 관련, '브렉시트 피로감'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브렉시트를 완수해 수년간의 논란을 끝장낸다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공약에 유권자들이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당 내에서 좀 더 중도파 성향인 비판론자들은 당수인 코빈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소셜미디어에선 코빈 사퇴를 촉구하는 '#코빈아웃' 해시태그가 빨리 퍼져나가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전 노동당 출신 총리 밑에서 장관을 역임한 앤드루 아도니스는 "이번 선거는 본질적으로 코빈에 대한 투표였다"고 말했다.
스토크-온-트렌트 선거구의 노동당 의원 후보인 개리스 스넬도 자신의 선거 패배를 인정하면서 그 탓을 코빈에게 돌렸다.
스넬은 "노동당이 브렉시트를 가로막고 일부 유권자가 코빈을 싫어했다"면서 코빈 사퇴론에 동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코빈은 평생 사회주의 노선을 추종하면서 노동당 주변에 머물러오다가 2015년 노동당 지도부 선거에서 풀뿌리 보통당원 지지에 힘입어 '깜짝' 당 대표가 됐다.
그는 특히 잉글랜드 대도시 청년층 사이에서 개인숭배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실제로 2017년 선거에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브렉시트에 대한 모호한 입장 때문에 친유럽 성향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감을 잃었고 더 폭넓은 대중도 그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는 이번 총선도 '가장 인기 없는 야당 지도자'로 임했다.
특히 당대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브렉시트에 대한 지도력 부재로 비판을 받았다.
앞서 2016년 당시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관련해 그는 노동당의 공식 입장인 '유럽연합(EU) 잔류'가 부결되면서 당내 반란에 직면하기도 했다.
평생 유럽과 통합에 회의적 입장을 보인 그는 브렉시트에 대한 제2 국민투표 실시라는 당 방침에 마지못해 동의했으나 자신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코빈은 부모가 스페인 내전 당시 영국에서 활동가로 만나 결혼할 정도로 흠잡을 데 없는 사회주의 배경을 갖고 있다.
그는 노조 활동을 하다가 1983년 하원의원이 됐다.
코빈은 영국과 미국의 군사개입을 오랫동안 비판해왔으며 '테러단체'로 분류된 아일랜드공화군(IRA)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동조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보수당은 그가 지도하는 노동당 내에서 반유대주의가 활발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코빈은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영국 내 유대인 공동체에 사과할 기회가 있었음에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
영국 프로축구 아스널의 팬인 그는 세 번째 결혼해 자신보다 20년 연하인 멕시코 여성 로라 알바레스를 부인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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