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지지율 이탈리아 극우정당 '돈세탁' 의혹…경찰 수사 착수
경찰, 동맹의 자산 해외 도피 의심…동맹 "불법 행위 한 적 없어"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극우 정당 '동맹'이 돈세탁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호시탐탐 조기 총선을 통한 단독 정권 창출을 노리는 우파의 대표주자 마테오 살비니에게도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10일(현지시간) 동맹의 롬바르디아주(州) 정부 사무실 및 동맹과 연루된 업체 2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돈세탁 등의 혐의를 두고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동맹이 국가에서 주는 선거 지원금을 부당 사용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
동맹의 전신인 북부동맹은 2008∼2010년 선거 비용 보전 명목으로 4천900만유로(약 666억원)를 국가로부터 받아냈다. 획득한 의석수에 비례해 지원받는 자금이다.
하지만 북부동맹 창립자이자 전 대표인 움베르토 보씨와 그의 아들 렌초 보씨가 회계담당자와 결탁해 이 자금을 자택 수리와 고급 차량 렌트 등 개인적인 용도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과 항소법원은 보씨 전 대표 등의 사기 혐의를 인정하고 자산 4천900만유로를 전액 몰수하라고 판결했고, 이는 지난 8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절차에 따라 자산 몰수에 나선 법원 측은 그러나 지금까지 400만유로(약 53억원)밖에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의 은행 계좌 상당수가 텅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는 동맹 측이 몰수를 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게 아닌지 하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경찰은 이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주 정부 관계자가 연루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을 당한 업체는 동맹의 선거 캠페인에 관여한 곳이라고 한다.
동맹은 어떠한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의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으로 동맹을 이끄는 살비니도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그가 동맹 대표로 취임하기 전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현 당 대표로서 책임을 무작정 회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 내부는 내년 1월 에밀리아로마냐·칼라브리아주 등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부패 정당'으로 낙인찍혀 선거 판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동맹은 현재 30% 초반대의 지지율로 전체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반극우주의를 주창한 '정어리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지지율 상승 기류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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