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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정서 로힝야 학살 옹호하는 수치…국제위상 치명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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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정서 로힝야 학살 옹호하는 수치…국제위상 치명타 되나
로힝야 침묵으로 이미 '인권 아이콘→국제사회 따돌림받는 이' 추락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국제적인 인권ㆍ민주화 운동의 아이콘' '노벨평화상 수상자' '군사정권 아래 15년간 가택 연금을 당한 정치범.'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따라다녔던 수식어들이다.
수치 고문은 그러나 지난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시작한 '로힝야 집단학살' 재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았다.
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가 로힝야족이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인종청소의 대상이 됐다면서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신해 지난달 11일 미얀마를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미얀마 정부의 대표 대리인으로 나서 전 세계 대다수가 비난해 온 집단 학살 범죄를 부인하게 됐다.
특히 대량 학살을 자행한 미얀마군을 옹호하는 것은 과거 군부 정권에 의해 갖은 핍박을 받아 온 수치 고문의 인생 역정을 고려할 때 아이러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는 약 2년 전 수천 명이 사망하고 70여만명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로힝야족 사태'가 발발한 이후 최악의 유혈 참사를 방관하고 침묵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일부 사실로 확인된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보도와 주장을 가짜 뉴스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결국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하면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양심대사상을 철회하는 등 여러 국가 및 단체가 인권 관련 수상이나 명예시민증 수여 등을 없던 일로 했다.
한때 민주화와 인권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던 수치 고문의 국제적 위상은 급전직하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치 고문이 예상 밖으로 로힝야 사태 재판에서 미얀마 정부와 군 변호에 직접 나선 배경을 놓고 국내 정치 상황과 결부 짓는 시각이 많다.
개헌을 위한 군부의 협력을 원해서라거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민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강력한 권력을 가진 군부는 수치 고문이 주도 중인 헌법 개정 노력에 대해 '군의 강력한 견제'라는 본질은 바꿀 수 없다며 비협조적인 상황이다.
정치분석가인 마웅 마웅 소는 통신에 "앞으로 정부와 군부 사이에 더 많은 협상과 주고받기 타협이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얀마 야당이자 군부와 연계된 통합단결발전당(USDP)측은 "정당들 대부분은 수치 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이번 일로 총선에서 이득을 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도 NLD 승리가 예상되는 만큼, 굳이 수치 고문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도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미얀마 역사학자인 탄트 민트 우는 방콕의 한 행사에서 대부분의 미얀마인처럼 수치 고문 역시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은 실제 없었다고 믿는 것일 수도 있다며 "외부 세계가 이 문제에 불공평한 반응을 보이는데 화가 나 있고, 이 때문에 국제법정에 나가 이 주장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건 간에 수치 고문의 위상과 이미지는 이번 일을 거치면서 더 추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첫 국제재판에서 수치 고문이 직접 '집단 학살'을 옹호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위상 하락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실상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수치 고문의 ICJ 변호 기사를 다루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아이콘에서 따돌림을 받는 사람으로'라는 제목을 붙였다.
양곤에서 활동 중인 정치 평론가 데이빗 매티슨은 AFP 통신에 "수치 고문이 ICJ에서 (국제사회 비판을) 반박하고 옹호의 여지가 없는 이들을 계속해서 방어한다면 곤경만 더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위상 하락 여부와는 별개로 수치 고문의 참여로 관심이 더 커진 국제재판으로 로힝야 사태가 전 세계인들에게 보다 더 잘 알려지게 된 데 의미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곤 '미얀마 이슬람 센터'의 아예 르윈은 ICJ 재판정에서 저질러진 잔학 행위들이 낱낱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이기고 지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다. 진실을 드러내고 부당함을 바로잡는데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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