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콘텐츠 사업자,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 온도차 뚜렷(종합)
통신사업자연합회 "가이드라인 필요…인터넷 생태계 위해 규제 법안도 필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가이드라인 실효성 없고 용어 불분명"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 역차별 논란…가이드라인 법적 구속력 없어 실효성 의문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방통위가 5일 공개한 망 이용료 관련 '가이드라인'을 두고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통신 사업자는 해외 콘텐츠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뿐만이 아니라 법적 조치까지 필요하다고밝혔지만, 콘텐츠 사업자는 가이드라인에 실효성이 없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용어가 많다고 반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해외 콘텐츠 사업자보다 망 이용료를 더 많이 낸다는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그동안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통신 사업자와 망 이용 계약을 체결할 때 해외 콘텐츠 사업자보다 불리한 조건에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망은 온라인상에서 콘텐츠를 전송하는 '고속도로'의 역할을 하는데, 그동안 네이버나 카카오[035720] 같은 국내 콘텐츠 사업자만 망 이용료를 내고 넷플릭스, 구글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는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토론회에서는 통신 사업자 측과 콘텐츠 사업자 측이 가이드라인 제정과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두고 부딪쳤다.
통신 사업자 입장을 대변한 윤상필 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통신 사업자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뿐만이 아니라 법적 규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협상력 우위와 지배력 편중으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용자를 보호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국내 통신사와 직접 망 이용 계약을 맺지 않는 일부 해외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가이드라인으로 규제 효력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윤 실장은 "성실 의무 조항 신설을 요구한다.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하면서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사업자가 전송 지연이나 장애를 유발하면 통신 사업자가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콘텐츠 사업자 측 입장을 대변하는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가이드라인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김 실장은 "불공정한 거래 행위는 현재 공정거래법으로도 막을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중복 규제가 되고 콘텐츠 사업자에게 과도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가이드라인에는 '우월적 지위', '유사한 경우', '불합리한 사유' 등 주관적이고 불분명한 용어가 사용돼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이러한 내용이 통신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사이 갈등을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 정책총괄과장은 "정부는 사용자 측 계약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입법보다 가이드라인 형태로 개입하기로 했다"며 "가이드라인에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향후 입법에 기초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업체 간 망 이용 단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공정 계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의 망 이용료 계약에는 '비밀유지의 원칙'이 적용돼 망 이용료가 얼마인지, 어떤 사업자가 어떤 가격에 계약을 맺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 국내 콘텐츠 사업자는 "다른 콘텐츠 사업자의 계약 조건을 알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는지, 혹은 불합리한 가격 단가로 계약을 맺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 경쟁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콘텐츠사업자 간 입장 차이가 크지만, 정보를 수집하려 해도 사적 계약을 입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정보 공개를 통해 통신 사업자의 트래픽 정보나 계약 내용을 최대한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망 이용 계약의 원칙과 절차를 정하고,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춰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계약의 원칙으로 계약 당사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 사업자에게 거래상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인터넷망 이용 계약을 체결할 때 이용 대가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 그 사유를 제시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불공정 행위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가이드라인은 계약 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계약 당사자는 본인이 체결한 다른 계약 조건과 비교해 상대방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이용 조건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면 계약을 요구하는 등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건도 설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이후 논의 과정을 거쳐 연내에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1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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