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총리 사임발표에도…반정부 시위 지속, 야당은 의정 보이콧
反무스카트 민심 이반 확대…EU 진상조사단도 "즉각 사퇴" 요구
피살된 탐사기자 유족 "총리도 연루됐는지 수사해야" 법원에 청원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년 전 발생한 탐사기자 피살 사건 여파로 몰타 총리가 내년 1월 사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정국 혼돈은 오히려 가중되는 양상이다.
AP·dpa 통신 등에 따르면 몰타의 반정부 시위대 4천여명이 2일(현지시간) 수도 발레타에 있는 의사당 앞에서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 집회를 했다.
시위대는 의회 주 출입구를 봉쇄하고서 한동안 무스카트 총리와 집권 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떠나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현장에선 '살인자'라는 분노의 외침이 울려 퍼지는가 하면 의사당을 나서는 노동당 의원들에게 계란 세례를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무스카트 총리 일행은 다른 출입구로 빠져나가 별다른 충돌은 없었으나, 이는 현직 총리와 집권당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무스카트 총리는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에 자신의 최측근 등이 연루된 것과 관련해 내년 1월 12일 후임이 결정되는 대로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하지만 이후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는 분위기다. 정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즉각적인 사퇴 대신 한 달이 넘는 시간적 여유를 두면서 민심 이반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당장 야당은 무스카트 총리가 물러날 때까지 모든 의사 일정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해 몰타 현지에 파견된 유럽의회 대표단도 3일 무스카트 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표단은 이날 무스카트 총리와 면담한 뒤 취재진에게 "필요한 것 이상으로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실책"이라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무스카트 총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갈리치아 기자의 유족들은 2일 무스카트 총리의 사건 연루 여부를 수사해달라는 청원을 사법당국에 제출했다.
무스카트 총리와 가까운 현 정권 핵심 인사가 갈리치아 기자 살해 배후라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무스카트 총리도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갈리치아 기자 살해 혐의로 기소된 유력 기업가 요르겐 페네치는 경찰 수사에서 무스카트 총리의 '오른팔'인 케이스 스켐브리 총리 비서실장을 사건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했다.
이 진술에 따라 스켐브리는 지난달 26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이틀 뒤 체포 시한 만료로 풀려났다. 스켐브리 외에 콘라드 미치 관광부 장관, 크리스티안 카르도나 경제부 장관 등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갈리치아(사망 당시 53세)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현 정권의 핵심부가 연루된 여러 부정부패 의혹을 폭로해오다 2017년 10월 차량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목숨을 잃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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