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제 '추락'…15년 만에 재정적자·소매 매출 24% 급감
"시위 장기화로 GDP 2% 손실"…실업률 내년에 더 오를 듯
홍콩 찾는 관광객 급감…연말연시 축제·행사도 줄줄이 취소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6월 초부터 7개월째 이어지는 시위 사태의 장기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홍콩 경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시위 사태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홍콩 경제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축제,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미 상승세를 보이는 실업률은 내년에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위로 관광객 줄자 소매매출 급감…GDP는 '마이너스 성장'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10월 소매 매출액이 301억 홍콩달러(약 4조6천억원)로 작년 동월 대비 24.3%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홍콩 정부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소매 매출 감소율이다.
특히 보석, 시계 등 고가품 매출은 43% 급감했으며, 의류, 신발 등의 매출도 37%나 줄었다.
홍콩 정부는 "올해 1∼10월 소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며 "시위 사태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관광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은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시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해 10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331만 명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43.7% 급감했다.
이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2003년 5월 이후 최대 수준의 관광객 감소율이다.
이로 인해 올해 3분기 홍콩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으며, 전 분기에 비해서도 3.2% 줄어들었다.
폴 찬 재무장관은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올해 GDP는 작년 동기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중 무역전쟁과 시위 사태가 홍콩 경제에 이중의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 사태가 초래한 손실이 홍콩 GDP의 2%에 해당한다면서 2014회계연도 이후 15년 만에 재정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재정적자는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한 정부 보유 토지 판매수익 감소,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경기부양 지출 증대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그는 밝혔다.
당초 홍콩 정부는 올해 168억 홍콩달러(약 2조5천억원)가량의 재정 흑자를 예상했었다.
◇실업률 내년 더 오를 듯…연말연시 행사·축제 잇달아 취소
경기침체가 심각해지면서 실업률도 상승세를 보여 이미 3.1% 수준까지 올라섰다. 특히 관광객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요식업종 실업률은 6년 내 최고치인 6.1%에 달한다.
만약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실업률은 내년에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연말연시 행사와 축제가 잇달아 취소되고 있어 경기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10월 31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적인 와인 축제 '와인앤다인'(Wine & Dine)이 취소된 데 이어 지난달 22∼24일 예정됐던 음악예술 축제 '클락켄플랍'(Clockenflap)도 취소됐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12월 31일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축제는 예년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침사추이 지역에서 매년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 열리는 퍼레이드는 내년에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불렸던 이공대와 가까운 침사추이 지역이 시위의 중심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춘제 퍼레이드를 하지 않는 건 1996년 이 행사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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