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이란시위 최소 208명 숨져"…당국, 발포 사망 첫 확인(종합)
국제인권단체 "일주일새 100명 늘어…실제 사망자 더 많아" 주장
이란국영TV '폭도 사살' 보도…사법부 "외부집계 완전거짓" 항변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장재은 기자 = 이란에서 지난달 중순 시작된 반정부시위에서 숨진 이들이 최소 208명으로 집계됐다고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란 국영TV 등은 시위 진압과정에서 발포에 따른 사망자 발생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유관단체들이 보내온 '신뢰할만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사망자 추정치를 이같이 갱신했다.
앰네스티는 사망자 대다수가 총상을 입었다며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수레 밀스 앰네스티 이란담당 연구원은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에 200명이 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봤다"며 "이는 이란 이슬람공화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 테헤란 교외의 한 지사인 레일라 바세기는 이란 관영지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사 사무실로 시위대가 들이닥치면 발포할 것을 경찰에 지시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앰네스티는 희생자 가족들이 언론에 사망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정부 측의 협박을 받았으며,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사례도 있었다는 증언도 함께 공개했다.
이날 이란 국영TV는 다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앰네스티의 주장을 일부 뒷받침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란 국영TV는 반정부시위 과정에서 보안군이 테헤란 등 여러 도시에서 '폭도들'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란 당국이 시위 진압을 위해 동원한 폭력에 대해 조금이라도 설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국영TV는 폭도 사망사건을 네 가지로 분류하며 화기나 흉기로 무장하고 민감한 시설 또는 군사시설을 공격한 경우를 우선 예로 들었다. 아울러 일부 지역에서 인질을 잡은 폭도들도 사살 대상이었다고 거론했다.
국영TV는 이란 서남부 마흐샤흐르에서 중화기에 가깝게 무장한 분리주의 집단에 맞서 보안군이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행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마흐샤흐르는 이번 시위에서 강경진압에 따른 피해가 큰 것으로 추정되는 도시다.
이란 국영TV는 테헤란, 시라즈, 시르잔, 샤흐리아르 등지에서도 '폭도들'과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국영TV는 나머지 세 부류의 사망자들로는 행인, 보안군, 평화적 시위자를 들었으나 이들 죽음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시위 사망자를 인정하면서도 200명을 넘어섰다는 앰네스티의 추산은 강력히 부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의 대변인인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는 국영TV를 통해 "악의를 품은 집단들이 내놓고 있는 수치는 순 거짓말이고 실제 통계는 그들의 발표와 심각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5일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갑작스럽게 인상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으며 이에 경찰이 강경 진압으로 맞대응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앰네스티가 지난달 23일까지 파악한 사망자는 최소 115명이었으나 일주일 사이에 사망자가 1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에 따른 공식적인 사망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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