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집권당, 사퇴 압력받는 총리와 비상회의…"만장일치 지지"
사퇴 시점 등 일임…"당장 물러나라"는 야당·시민사회와 온도차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탐사기자 피살 사건 여파로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몰타 총리가 1일(현지시간) 소속 정당 의원들과 비상회의를 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조지프 무스카트(45) 총리는 이날 총리 별장에 집권 노동당 의원들과 만나 사태 대응 및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2년 전 발생한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거물급 기업가 요르겐 페네치가 기소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노동당 의원들은 4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무스카트 총리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진 시점 등에 대한 결정도 무스카트 총리에 일임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페네치가 기소된 직후 무스카트 총리가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사임을 공식화하고 그 시점 등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무스카트 총리는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내년 1월 18일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갈리치아 피살의 배후 인물이 확인돼 재판에 넘겨지는 등 관련 수사가 완전히 종결되고 노동당의 새 대표가 선출되면 자진해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지속해서 무스카트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정국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몰타 수도 발레타에선 이날 오후 수천 명의 시민들이 무스카트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갈리치아(사망 당시 53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현 정권의 핵심부가 연루된 여러 부정부패 의혹을 폭로해오다 2017년 10월 차량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목숨을 잃었다.
몰타 검찰은 전날 페네치를 살인 혐의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겼다. 페네치는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전력, 카지노 등의 사업을 일궈 몰타 최대 거부로 올라선 그는 무스카트 총리의 '오른팔'인 케이스 스켐브리 총리 비서실장을 갈리치아 살해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 정권 핵심부로 수사의 방향타를 옮긴 인물이다.
스켐브리는 지난달 26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이틀 뒤 체포 시한 만료로 풀려났다. 하지만 스켐브리에 대한 수사는 무스카트 총리의 사퇴 압력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현 내각에선 스켐브리 외에 콘라드 미치 관광부 장관, 크리스티안 카르도나 경제부 장관 등도 수사 선상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스켐브리와 미치는 나란히 지난달 26일 사퇴했고, 카르도나 장관은 관련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업무 잠정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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