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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자락 천혜의 환경 갖춘 네이버 AI 연구소 가보니…
머신러닝·컴퓨터비전 등 세계적 명성 네이버랩스유럽…제록스로부터 2017년 인수
연구인력 26개 국적 110명…美 실리콘밸리서 러브콜 잦아도 그르노블 못 떠나
"한국인들, 오래 계획 세우는 유럽인들과 달리 아이디어 잡히면 곧바로 실행"



(그르노블[프랑스]=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소도시 그르노블에서는 유럽과 미국, 한국에서 모여든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로보틱스를 위한 인공지능'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네이버의 유럽 인공지능 연구센터인 네이버랩스유럽(NLE)이 주최한 AI 전문가 워크숍이다. 네이버는 이번 워크숍 개최를 계기로 이 연구소를 2017년 인수한 이래 처음으로 이날 한국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산맥이 병풍처럼 휘감은 곳에 자리한 네이버랩스유럽(NLE)은 머신러닝(기계학습),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등 인공지능(AI) 분야에서 20년 이상 연구·개발 경험을 쌓은 세계 '톱클래스' 급 연구소다.
전신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시절인 2005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했고 2013년에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선정 '가장 혁신적인 기업 50'에 선정되기도 했다.
2년 전 '네이버랩스유럽'으로 이름을 바꾼 이 연구소의 마당에 들어서자 앞의 초지에 말들이 한가로이 뛰어놀고, 연못에는 오리와 물고기가 유영하는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단박에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런 곳에서라면 저절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26개 국적의 연구인력 110명은 퇴근 후에는 알프스에서 스키와 하이킹을 즐기고, 주말에는 인근의 스위스와 이탈리아 등지로 여행하면서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고액의 연봉을 걸고 유혹하는 일이 잦지만 이곳의 연구원들이 쉽게 그르노블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NLE 뿐만 아니라 그르노블에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다국적기업과 연구센터가 다수 자리해 '프랑스의 실리콘밸리'라고도 불린다. 구글도 최근 연구시설을 이곳에 오픈했다고 한다.
현재 NLE에는 날씨·계절·시간·조명과 같은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인 'R2D2' 전문가 가브리엘라 시스카, 페이스북 AI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플로랑 페로닌, 머신러닝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댄스 등 논문 인용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서는 박사급 인력이 다수 근무 중이다.
기자에게 연구소 구석구석을 안내해준 미셸 가스탈도 NLE 총괄매니저는 "그르노블 근처에서 나고 자란 나도 이곳이 좋아 다시 돌아왔다"면서 "물과 공기가 좋고 자연이 아름다운 이곳의 연구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했다.
가스탈도 총괄매니저는 현재 NLE의 경영 부문을 총괄하고 있지만, 그 역시 컴퓨터공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한 프랑스 출신 과학자다.
연구소가 한국 기업인 네이버에 인수된 뒤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곧바로 신속한 실행력을 꼽았다.
"프랑스 등 유럽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오랜 기간 구상하고 다듬어 계획을 세우는데, 한국인들은 일단 아이디어가 손에 잡히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NLE의 전신은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으로, 복사기 제조사인 제록스가 모기업이었다. 제록스는 사업전략 변경 과정에서 XRCE를 매물로 내놨고 AI 연구 리서치조직을 물색해오던 네이버는 곧장 인수전에 뛰어들어 삼성과 구글 등 내로라하는 라이벌을 제치고 이곳의 새 주인이 됐다.

XRCE가 네이버를 선택한 것은 연구 분야가 일치하고 공동 연구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XRCE가 중점을 두고 연구해오던 AI, 컴퓨터비전, 머신러닝 등 대다수 영역은 네이버도 그동안 관심을 두고 연구해오던 분야였다.
또 다른 하드웨어 기업이나 인터넷 공룡기업들과는 다른 네이버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섞어놓은 듯한 독특한 기업문화에도 이끌렸다고 나일라 머레이 NLE 연구디렉터는 회상했다.
"네이버의 최신기술과 최고에 대한 열정이 좋았어요. 기술적으로도 탁월하고 서비스에 대한 책임감이 돋보이는데 무엇보다 제록스 시절과 확연히 다른 네이버의 유저들이 매력적이었죠."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가 이 말을 듣고 있더니 "네이버가 온라인을 넘어서 자율주행차, 로봇 등으로 관심을 확장하던 중이었는데 이곳 연구원들이 이런 점에서 흥미를 느낀 것 같다"고 거들었다.
네이버가 인수 이후 이곳에 쏟아부은 자금은 얼마나 될까.
네이버의 AI와 로봇에 대한 투자 규모를 짐작할 만한 구체적인 수치 대신 머레이 박사는 "연구원들에게는 모기업이 비전을 갖고서 투자를 많이 하려는 의지가 중요한 데, 네이버로부터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석 대표도 "네이버랩스는 상용화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연구 그 자체에 몰두하는 환경이다. 그게 연구개발(R&D)에서 R(연구)보다는 D(개발·상용화)에 중점을 둔 다른 대기업 R&D 조직과 차별화되는 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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