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편법 증여·대출 통한 부동산 투기, 반드시 뿌리 뽑아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28일 서울지역 공동주택 실거래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등 관계기관이 나서 올해 8∼9월 서울에서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 가운데 수상하게 여겨지는 거래 1천536건을 추려 꼼꼼히 조사했더니 그중 532건(34.6%)에서 탈세 정황이 잡혀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한다. 합동조사팀의 조사를 받은 서울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래 3건 가운데 1건꼴로 편법 증여나 대출을 받아 고가 주택을 사는 탈세 의혹이 있었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탈세 여부를 정밀하게 조사해 사실로 드러나면 과세키로 했다.
정밀조사 대상 거래의 절반 이상(788건)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서대문구 등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이뤄진 거래였다. 집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집을 살 때 순수 자기자산과 대출금만으로는 모자라 부모나 형제로부터 부족한 자금을 융통하려는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 대상을 추려서다. 합동조사팀이 적발한 사례는 대부분 편법 증여나 대출과 관련돼 있다. 11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금 5억을 끼고 사면서 부모와 친족 4명으로부터 6억원을 분할 증여받은 18세 미성년자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세금 11억원을 낀 22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5억5천만원은 부모로부터 빌리고, 나머지는 대출받은 40대 부부도 있었다. 자기 돈 하나도 없이 고가의 집을 산 것이다. 국세청은 부모·자식 사이라도 차용증도 없이, 이자도 받지 않고 집 살 돈을 보태주는 것은 엄연한 증여라는 입장이다. 부모가 자기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 대출금 6억원을 40대 아들이 26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빌려준 사례도 적발됐다.
편법 증여나 대출을 받아 고가 아파트를 사는 것은 그 자체도 문제려니와 투기성도 농후하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앞으로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들이나 집을 넓혀 가려는 실수요자들의 희망을 꺾고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일이다. 그러잖아도 갈 데 없는 1천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점인가. 정부가 강력한 집값 안정 정책수단으로 부활시킨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도 과열지역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정부의 집값 조사기관인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0.10% 올랐다. 21주 연속 오른 데다 9.13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9월 말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상한제 지역이 집중된 강남4구 아파트값은 0.14%나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성 짙은 편법거래는 증여세를 물리든, 대출을 회수하든 강력히 대처하지 않으면 뿌리 뽑을 수 없다.
현 정부는 민간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 17차례나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도 집값은 주춤하다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며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많이 올랐다고 한다. 다음 달부터 납부하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통보되고 있다. 세율과 공시가격이 같이 올라 다주택자와 고가 아파트 소유자는 지난해보다 최고 3배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도 집값이 워낙 뛰다 보니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에 집을 짓는 것도 공급이지만 매물을 내놓는 것도 공급이다.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거래세를 낮추는 것도 검토할 때다. 과열지역 분양가 상한제 추가 지정, 매물을 줄이는 임대사업자 제도 보완 등 필요한 조치들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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