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으로 주소변경 장기요양 본인부담 경감 '꼼수' 막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갈수록 악화…재정누수 막기 위한 조처 일환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주소만 요양원 등 시설로 옮겨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금을 경감받는 '꼼수'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장기요양보험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서 곳간이 줄줄 새는 일을 막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장기요양 본인부담금 감경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개정안은 노인의료복지시설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바꾼 사람 중에서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인 경우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나 무연고자 등을 빼고는 장기요양 본인 부담 감경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운영하면서 시설을 이용하면 총비용의 20%, 가정에서 급여를 받으면 15%를 본인이 내도록 하되, 경제적으로 어려운 수급자를 위해 2009년부터 본인부담금 감경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나아가 애초 건강보험료 소득 하위 25% 이하였던 감경대상을 2018년 8월부터 소득 하위 50% 이하로 확대했다.
정부는 현재 의료급여 수급자는 장기요양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해주고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이 하위 25% 이하는 60%, 25~50% 이하는 40%까지 본인부담금을 줄여준다.
이렇게 하자 그간 피부양자로 등록해 가족 등이 장기요양 본인부담금을 냈던 수급 노인이 요양원 등 시설로 주소지를 옮겨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단지 가입 자격만 바꿔서 감경 혜택을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인이 단독 지역가입자가 되면 거의 소득이 없기에 최저 건보료만 내는 소득 하위 50% 이하로 분류되면서 본인부담금 경감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복지부에 따르면 이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사례가 지난해 6월 기준 5천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요양원 등은 이런 구멍을 악용해 '본인부담금을 감경받도록 해주겠다'며 노인 입소자를 끌어들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 상황은 급격한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 인구가 늘고 장기요양 지출이 급증하면서 적자를 보는 등 좋지 않다.
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재정수지 현황을 보면, 2014년 3천40억원, 2015년 909억원의 당기수지 흑자였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16년 432억원의 적자로 돌아서고 2017년에도 3천293억원, 2018년 6천101억원 등 3년 연속으로 당기 수지 적자를 보였다.
2019년 예상 적자액은 7천530억원이다. 정부는 이런 적자를 그간 쌓아둔 적립금으로 메워왔지만, 올해 말이 되면 적립금도 0.6개월(18일) 운영비 정도만 남게 된다.
이렇게 적자 확대로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는 장기요양보험료를 계속 올리고 있다.
2020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19년(8.51%)보다 1.74%포인트 오른 10.25%로 결정됐다. 보험료율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55%로 묶였다가 2018년 7.38%, 2019년 8.51%로 오른 데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인상된다.
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국민에게 목욕·간호 등 요양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사회보험이다.
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곱해 계산한다. 소득에서 장기요양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0.55%에서 내년 0.68%가 된다.
보건복지부는 재정 상황이 악화하자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 조사를 확대하고 기관 지정 취소 기준을 부당청구 3회 적발에서 2회 적발로 강화한다.
각종 꼼수로 본인부담금 감경대상자로 선정되거나 장기요양등급을 허위로 받은 수급자를 적발해 혜택을 박탈하는 등 수급자 관리 측면에서도 재정을 관리하기로 했다.
sh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