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선거 결과에 '화들짝'…향후 대응전략 놓고 고심
범민주 진영, 행정장관 선거 '들러리' 아닌 '킹메이커' 부상
전문가들 "중도파 행정장관 임명·유연한 정세 대응 등 필요"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국 진영의 참패에 놀란 중국 중앙정부가 향후 홍콩 정세에 대응할 전략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전체 452석 중 40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친중파 진영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겼다.
한 중국 중앙정부 관료는 "일부 친중파 후보가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욕설을 듣는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 선거가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친중파 진영의 의석수는 우리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친첸훙 우한대 교수는 "중국 중앙정부는 선거 패배를 어느 정도 예상하였지만, 이처럼 참패를 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정부를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번 압승으로 범민주 진영이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들러리'가 아닌 '킹메이커'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홍콩 행정장관은 1천200명 선거인단의 간접 선거로 선출되는데, 범민주 진영은 이번 선거 승리로 구의원 몫으로 배정된 117명을 독식하게 돼 기존에 확보한 325명을 합쳐 442명에 달하는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됐다.
리샤오빙 난카이대학 교수는 "범민주 진영은 이제 '세력'을 형성하게 됐고, 힘을 지니게 됐다"며 "범민주 진영이 입법회 활동과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다른 진영과 연합한다면 중국 중앙정부로서는 큰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 중앙정부는 충성심 등을 이유로 차기 행정장관 후보를 거부할 권한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거리 시위 등 홍콩 시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톈페이룽 베이항대 교수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대한 강경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변화한 정치 지형에 적응한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구쑤 난징대 교수는 "친중파 진영은 사회 안정과 질서 회복을 호소했지만, 이는 이번 선거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며 "중국 중앙정부는 이제 친중파와 범민주 진영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정장관 후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처럼 철저하게 친중국 노선만 추구하는 인물이 아니라, 친중파와 범민주파 모두 거부하지 않을 중도파 인물을 행정장관 후보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홍콩 전문가인 쑹씨오충은 "(정치개혁 대신) 민생 문제 해결에 주력해 온 친중파 진영의 기존 전략은 이번 선거에서 투표장에 쏟아져 나온 중산층 유권자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시위 사태 때 친중파 진영이 철저하게 홍콩 정부의 입장을 추종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정부 추종 노선이 아닌, 보다 자율적이고 탄력적인 노선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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