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트럼프, 법과 윤리 무시…재선 막아야"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회견…"트럼프 어떻게 이기는지 안다"
환경·총기규제 등 진보적 이슈 강조…선거자금 본인 부담 재차 밝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뒤늦게 뛰어든 마이클 블룸버그(77) 전 뉴욕 시장이 출마 선언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AP통신 등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2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미국과 국가 안보, 가치들에 위협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위험이 예전보다 커졌다면서 "결국 나는 거울을 보며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3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이달 초 뒤늦게 이를 번복하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가 전날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후 첫 회견 장소로 선정한 버지니아는 내년 '슈퍼 화요일'(3월 3일)에 투표를 진행하는 곳으로, 캘리포니아·텍사스와 함께 다수 선거인단이 걸린 주요 주(州) 중 하나다.
블룸버그는 내년 2월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등 초반 경선 투표가 이뤄지는 주들은 건너뛰고 '슈퍼화요일' 이후 참여하는 주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그는 이날 대부분의 시간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 기지가 자리한 노퍽에서 그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리처드 스펜서 해군 장관을 경질한 것을 거세게 비난했다.
스펜서 전 장관은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미 해군특전단(네이비실) 소속 군인의 신병 처리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결국 경질됐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우리에게는 법치를 존중하지 않고, 윤리와 명예같이 미국을 진정으로 위대하게 만드는 가치들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대통령이 있다"고 비난하며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 우리는 대선을 이겨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는 자신이 미국 전역에서 석탄 발전소 282곳을 폐쇄하는 등 트럼프 정부와 반대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를 썼기에 상징적으로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이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를 어떻게 이기는지 안다. 이미 이겨봤기 때문"이라면서 "그를 다시 이겨보겠다"고 말했다.
2013년 총기 규제 시민단체인 '에브리타운'을 설립한 블룸버그는 총기 규제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노퍽에서 가까운 버지니아 비치에서는 지난 5월 총격 사고로 12명이 숨졌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총기 사고가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됐으며 "이 미친 일(madness)에 끝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만장자인 블룸버그는 이날 외부 후원금을 받지 않고 선거 자금을 전부 본인 돈으로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이미 내년 대선 캠페인에 최소 1억5천만 달러(약 1천767억원)를 지출하겠다고 밝혔으며, 다음 주 1주일간 TV 광고에 약 3천300만달러(약 389억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 등 다른 민주당 후보들로부터 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처럼 돈으로 선거판을 사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나는 수년간 나에게 중요한 것에 내 자원을 투입해왔다"며 자신의 결정을 방어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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