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보우소나루, 트럼프에 굴종은 부끄러운 일"
멕시코·아르헨 좌파정권 등장 환영…모랄레스 4선 시도엔 쓴소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친(親)트럼프' 행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굴종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석방된 룰라 전 대통령이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금 브라질의 대외 이미지는 부정적"이라면서 "브라질은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 보우소나루 정부의 미국 일변도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와 헝가리의 극우 지도자 빅토르 오르반을 두둔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보우소나루가 브라질을 망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에서 좌파 정권의 잇따른 등장을 환영하면서도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4선 연임을 시도하다 축출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내 친구 에보가 4번째 연임에 나선 것은 실수"라면서 "그러나 그에게 일어난 일은 범죄 행위이며 중남미를 위해 끔찍한 일"이라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석방되면서 맡은 임무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면서 좌파 노동자당(PT)이 정권을 되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이 2022년 대선에서 노동자당 후보로 출마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2022년에 77세가 되는데, 가톨릭교회에서는 주교가 75세에 은퇴하는 전통이 있다"고 말해 자신이 직접 출마하기보다는 '킹메이커'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을 시사했다.
한편,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1심과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2018년 4월 7일 남부 쿠리치바 연방경찰 시설에 수감됐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수감 580일 만인 지난 8일 석방됐다.
룰라 전 대통령 석방 후 지난 17일 북동부 헤시피 시에서 처음 열린 행사에는 지지자 20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돼 그의 대중적 인기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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