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정당 기세등등한데…이탈리아 연정은 갈수록 분열양상
오성운동, 내년 1월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선거 독자후보 내기로
'연정파트너' 민주당 후보에 타격…우파 연합과 박빙 승부 예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근래 가장 중요한 선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내년 1월 에밀리아로마냐·칼라브리아주(州)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연정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내년 1월 26일 해당 지역의 지방선거에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기로 했다.
오성운동은 21일(현지시간) 온라인 당원 투표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을 비롯한 오성운동 지도부는 애초 내년 3월까지 지방선거에 참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당원 투표 안건으로 올렸다.
지지율이 낮아 이길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연정 구성 정당들이 각각 후보를 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일 경우 향후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도좌파 성향의 연정 파트너인 민주당 후보를 간접 지원함으로써 최대 정적인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의 승리 가능성을 봉쇄한다는 포석도 있었다.
하지만 오성운동 당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는 쪽을 선택했다. 총 2만7천273명이 투표에 참여해 71% 대 29%의 압도적인 표차로 지도부 제안은 부결됐다.
이와 관련해 ANSA 통신은 "지도부의 제안이 당원투표에서 거부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민주당과 선거 연대를 해 단일 후보를 냈다가 우파연합에 대패한 지난달 움브리아주 지방선거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경제 운영 청사진인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민주당과의 파열음이 커지며 연정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오성운동의 기존 당원들 사이에선 '부패 엘리트 정당의 원조'로 인식돼온 민주당과의 연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히 남아 있다.
오성운동의 선거 참여 결정으로 두 지역 가운데 특히 에밀리아로마냐주 지방선거는 민주당과 우파연합 간 진땀 나는 박빙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소속 스테파노 보나치니 현 주지사가 45%의 지지율로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동맹 후보가 44%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오성운동은 8%를 얻어 뒤로 처졌다.
산술적으로 오성운동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53대 44로 여유 있게 앞서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에밀리아로마냐주 지방선거를 연정의 미래를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6번째로 인구(약 450만명)가 많은 에밀리아로마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진보 세력이 우세를 보인 '좌파의 성지'다. 민주당으로선 무조건 이겨야 하는 핵심 지역인 셈이다.
여기에서마저 패배할 경우 여권의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되면서 연정 분열이 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전국적으로 과반의 지지율을 점한 우파연합이 간절히 원하는 조기 총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오성운동은 온라인 투표에서 나타난 당원 표심이 연정 위기의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을 부인하고 있다.
디 마이오 장관도 22일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연정에)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선 이번 당원 투표 결과를 놓고 33세의 젊은 지도자인 디 마이오 장관의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신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디 마이오 장관은 작년 3월 총선에서 오성운동을 원내 제1당으로 이끌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정치적 능력과 비전을 선보이지 못하며 당의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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