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오늘 구의원 452명 선거…시위 향방 가를 중대 분수령
행정장관 선거에도 큰 영향…시위 영향으로 민주파 우세 전망
민주파 승리하면 시위대에 힘 실려…패배하면 시위 기세 꺾일 듯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24일 시위 사태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18개 선거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뽑는 이 날 선거에는 유권자 413만명이 일반 투표소 610여 곳과 전용 투표소 23곳 등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이번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 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 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이번 구의원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천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이뤄진다.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이를 싹쓸이한다는 얘기다.
지난 2015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승리했기 때문에 2016년 12월 이뤄진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출 때 이 117명 선거인단을 친중파 진영이 독식했다.
당시 선출된 선거인단은 친중파 726명, 범민주파 325명이었다. 이에 따라 다음 해 행정장관 선거 때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이 무난히 당선될 수 있었다.
현재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이 115명의 구의원을 거느린 것을 비롯해 친중파 진영은 327석의 절대적인 의석을 차지하며, 18개 구의회를 모두 지배하고 있다.
반면에 범민주 진영은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의석에 그친다. 민주당이 37명으로 가장 많은 구의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다음으로 신민주동맹(Neo Democrats)이 13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6개월째 이어져 온 시위 사태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사태 때처럼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03년 홍콩 정부는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였다가 50만 명이 참여한 반대 시위에 밀려 이를 철회했는데, 당시 수개월 후 치러졌던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바 있다.
친중파 진영은 우려를 금치 못하면서도 시위대의 폭력에 반감을 가졌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이날 선거에서 표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선거 결과는 시위 사태의 향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경우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한 대응 방침 등으로 최근 들어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시위대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가 활기를 띨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친중국 진영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다면 그렇지 않아도 수세에 몰린 시위대의 기세가 더욱 꺾일 것으로 보인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