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사태 속 구의원선거에 투표소마다 무장경찰 배치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홍콩 당국이 시위 혼란 속에 오는 24일 치러질 구의원 선거 때 투표소마다 폭동진압 경찰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SCMP는 22일 익명의 경찰 고위 소식통을 인용, "보안요원 외에 모든 투표소 안에 폭동진압 장비를 갖춘 제복 차림의 무장 경찰이 배치되고 지역 경찰도 관할구역을 순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소란이 생기면 이들 경찰이 먼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경찰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는 비상 상황을 감안해 사복 차림의 경찰관들은 방검조끼와 목 보호장비 등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선거 역사상 폭동진압 경찰이 투표소에 배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폭력 사태와 혼란을 막기 위해 최대한의 대응 태세를 갖출 방침이지만, 투표자들에게 공포를 주지 않기 위해 투표소 바로 주변의 경찰력 배치는 최소화할 계획이다. 대신 인근에서 충분한 인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홍콩 경찰 3만1천명 거의 전원이 근무에 나서며, 폭동진압 경찰과 범죄 조사관 3천명도 비상 대기할 예정이다.
당국은 앞서 투표소 보안요원을 늘리는 한편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 현장이었던 대학 캠퍼스 내 투표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의 비상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SCMP는 선거 출마자들도 너무 늦게까지 유세 활동을 하지 않거나 온라인에 올리는 사진의 지지자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흐리게 처리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18개 선거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유권자 413만명이 일반 투표소 610여곳과 전용 투표소 23곳 등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선거는 사실상 홍콩 정부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있으며, 내년 입법회 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위대 강경 진압 등으로 정부와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확산하면서 야권인 민주진영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최고지도부는 선거가 연기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예정대로 24일 선거를 치르도록 권고했다고 SMCP는 전했다.
한편 친중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의 스태리 리(李慧瓊) 주석과 후보자들은 21일 유세에서 검은색 축구공을 차며 반중 시위대를 물리치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검은색은 시위대가 주로 입는 옷 색깔로, 마스크와 함께 시위대를 상징하는 색이다.
야권인 민주진영은 합동 유세에서 시위대의 구호를 인용해 '5개 요구, 국민투표로 하자'고 외치면서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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