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시위대' 탈출 모색…"항복하느니 죽음을" 각오도
홍콩 이공대 경찰 포위 이어져…시위대 삼삼오오 움직여
"다수가 전의 상실"…"초강경 시위대 40명" 주장도 나와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시위대가 점거했던 홍콩 이공대에 대한 경찰 포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캠퍼스 내 시위대는 계속 학교를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21일 SCMP에 따르면 20일 이공대 캠퍼스는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던 지난 주말과 달리 조용한 상태였다. 이미 1천명 넘는 시위대가 체포 등으로 캠퍼스를 나간 상황에서, 지금은 100명 정도만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100명 미만이 있다고 전하는 등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점거를 이어갈 동력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SCMP는 "일부는 경찰의 명령에 불응하며 계속 저항하고 있다"면서도 "시위대는 대규모로 탈출하려던 초반과 달리 이제 소규모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시위참여자 K씨는 "처음에는 대규모로 함께 도망치려고 했는데 안 됐다"면서 이제는 검거를 피하기 위해 수십명이 아닌 4~5명 단위로 탈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기차 철로를 따라 달아났지만 다른 시위대가 갑자기 근처로 오는 바람에 경찰에 발각돼 실패했다면서 "서로를 조심한다. 계획이 새 나갈까 봐 미행을 원치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점거 초반 식당에서 모두에게 음식을 제공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서로 다른 그룹과 거의 대화하지 않고 각자 먹을거리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캠퍼스 내에는 먹을 것이 떨어지고 있고, 쓰레기 등으로 위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시위대 L씨는 "모두가 우리 중 첩자가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캠퍼스 내 시위대에게 최고 10년형이 가능한 '폭동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 대응 중이다.
K씨는 자신이 폭동혐의가 될만한 일을 하지 않은 만큼 항복할 수 없다면서 "동료들 상당수는 우리를 지원하다가 체포됐다. 내가 자수하면 그들을 어떻게 보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경찰이 비인도적인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익명의 시위대는 "나는 과격한 일을 전혀 안 한 만큼 항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시위 물품 운송을 도왔을 뿐인데 폭동 혐의라고 생각 않는다"고 말했다.
시위대 E씨는 다수가 전의를 상실했다면서, 경찰의 과격한 체포를 피하기 위해 앰뷸런스를 부르는 방안도 고려한 적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보호장비를 완전히 갖춘 T씨(16)는 "캠퍼스에 초강경 시위대가 약 40명 있다. 일부는 12살 정도다"라면서 "모두가 안전하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기로 맹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떠나거나 함께 죽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항복할 바에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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