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위 강경진압 50일새 3천명 장애인 됐다
수십년 전쟁 탓 이미 장애인 비율 세계최고 수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16세 이라크 소년 함자는 지난 4일 바그다드에서 열린 반정부시위에 참여했다가 군경이 쏜 총에 맞았다.
총알 1발은 배를 뚫고 허리 쪽으로 빠져나갔다. 다른 2발은 두 다리에 박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피를 몇 리터나 잃은 상태였고 심장도 제대로 뛰지 않았다.
함자는 척추 하단에 다발성 골절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오른 다리가 마비됐고 퇴원한 후 계속 마취제에 의존하고 있다.
AFP통신은 최근 이라크 반정부 시위를 군경이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함자처럼 장애를 갖게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른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정부기구인 이라크장애인단체연합(IADO)은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50여일 동안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 남부에서 이어지는 시위에서 최소 3천명이 장애인이 됐다고 집계했다.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고무탄, 섬광탄뿐 아니라 실탄까지 무차별적으로 쏘며 진압 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함자는 "이라크를 위한 나의 희생"이라며 "지금 걸을 수 있다면 또다시 시위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참혹한 분쟁을 수차례 겪은 이라크는 이미 세계에서 장애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라크는 1980∼1988년 이란과의 전쟁, 2003년 미국의 침공과 최근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의 내전 등 숱한 사태를 거치며 매번 수만 명이 사망하고 더 많은 이들이 장애를 갖게 됐다.
이라크 통계 당국은 현재 국가 인구 약 4천만명 중 약 2만명을 국가지원을 받을 장애인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IADO를 비롯한 인권 단체들은 실제 장애인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와파크 알카파지 IADO 회장은 정부가 제대로 된 수치를 기록하거나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장애인 수를 집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이라크 내에서 매해 증가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 체계가 충분히 마련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AFP 통신은 이라크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가입국이지만 장애인들은 열악한 보건 서비스, 취업기회 부족, 사회적 고립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시위 사태가 지속하며 병원은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군경이 시위 진압과정에서 의료 봉사자를 납치해가거나 시위에 가담한 의료 시설 직원들조차 체포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알카파지 총장은 "이라크 의료체계는 비장애인 수요조차 충족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며 열악한 현실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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