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태국 방문 시작…'화합·평화 메시지' 발신할 듯(종합)
각 종교 지도자 면담·'교황-국왕 만남' 35년 만의 재연…호외·기념 우표 발행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 3박 4일간의 태국 방문을 공식 시작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방콕 돈므앙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로마 가톨릭 수장의 태국 방문은 지난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35년 만이다.
공항에서 교황은 태국 가톨릭계 인사 및 태국 정부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은 영접 나온 6촌 아나 로사 시보리(77) 수녀와도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교황 태국 방문 기간 통역으로 활동하는 시보리 수녀는 교황과 어릴 때 아르헨티나에서 함께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선교 활동을 위해 1966년부터 태국에서 거주해 온 그는 현재는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570㎞가량 떨어진 태국 우돈타니주(州)에서 가톨릭 여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
교황은 태국 도착 이튿날인 21일부터 본격적인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전 정부 청사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비롯해 태국 정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외교단을 만난다.
이어 유명 사원인 왓 랏차보핏을 찾아 태국 불교 최고 지도자와 환담한다.
불교가 국교는 아니지만, 인구의 95% 이상이 불교 신자인 태국에서 종교 간 화합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교황은 태국 방문을 앞두고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너무나 잦은 불화·분열·배제를 겪고 있는 이 세계에서 태국은 화합과 평화로운 공존을 촉진하기 위해 헌신해 왔다"고 치하한 바 있다.
교황은 이어 왕궁으로 가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을 만난다.
요한 바오로 2세도 35년 전 태국 방문 당시 국왕의 선친인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과 시리킷 왕비를 만났었다.
세인트루이스 병원에서 환자와 장애인을 위로한 교황은 이후 국립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이 미사에는 태국 전역에서 약 2만5천~3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 가톨릭 신자는 약 3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0.58%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째인 22일에 교황은 태국 주교단 및 아시아 주교회의연합 인사들과 면담한 뒤 오후에는 쭐라롱껀 대학에서 기독교 및 타 종교 지도자들과 만난다.
전날 태국 불교 최고지도자와 만남의 연장 선상이다.
방콕포스트는 태국 가톨릭계 관계자를 인용, 교황이 이 회동에서 각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세계 평화를 주제로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황은 다른 종교 간의 통합이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믿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교황은 이어 방콕 시내 성모승천 대성당에서 태국 전역의 청년 가톨릭교도 1천500명을 대상으로 미사를 집전함으로써 방콕 일정을 마무리한다.
교황은 23일 오전 돈므앙 공항을 통해 다음 방문지인 일본으로 떠난다.
한편 유력 영문 일간지인 방콕포스트는 이날 교황 방문을 맞아 호외를 발행하고 태국 가톨릭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했다.
신문은 또 35년 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태국 방문 당시를 소개하면서 푸미폰 전 국왕 내외 및 마하 와치랄롱꼰 당시 왕세자와의 만남 그리고 태국 국민과 만나는 사진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또 태국 우정국은 태국 가톨릭주교회의와 공동으로 교황 태국 방문 기념 우표도 발행한다고 밝혔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