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서울 집값 잡으려면 과감하고 빈틈없는 대책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서울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정부가 민간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으나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오히려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상한제 대상 지역의 신축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대상에서 빠진 서울 목동·흑석동과 경기도 과천 등의 집값도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상한제로 분양가를 억제해 주변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정부의 당초 의도는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경기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한 부산 해운대 등에는 족쇄가 풀리자마자 서울의 큰 손들이 몰려드는 등 투자 과열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아파트 시장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바탕으로 상한제 지역을 추가하는 등의 신속한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
정부가 지난 6일 서울 27개 동을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한 직후 첫 주의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9% 올라 20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조사를 맡았던 한국감정원은 매물이 부족한 새 아파트와 학군이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서초·송파(0.14%)·강남(0.13%)·강동·양천·동작구(0.11%) 등의 오름폭은 특히 컸다. 강남·서초·송파·강동은 상당 지역이 상한가 대상 지역으로 묶인 곳이고, 목동·흑석동이 포함된 양천·동작구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력지역으로 꼽혔으나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 곳이다. 특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7월 이후 9월까지 3개월 사이에 실거래 신고가 접수된 서울의 입주 1년 미만 신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분양가 대비 45% 올랐다고 한다. 신축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는 그 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상한제 대상 지역 발표 후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흡한 정책, 정책 사이의 엇박자가 가장 크다. 상한제 대상 지역을 동 단위로 핀셋 지정한 뒤에 거래 수요가 새 아파트나 상한제 제외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는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응책이 안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놓고 시차 없이 방향이 정반대인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을 발표한 것도 어떡하든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런 정책 혼선이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은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상한제 적용대상으로 유력시됐다가 빠진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정부의 핀셋 지정에 부정적 시각도 커지고 있다. 물론 식어가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상한제 적용대상을 지정한 정부의 고민은 알겠지만, 찔끔찔끔 지정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도 서울 집값이 꺾이지 않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8일 부동산시장점검 회의에서 "시장의 과열이나 불안 조짐이 있으면 상한제 지역 추가지정 등 필요한 정책을 주저 없이 시행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10월부터 진행 중인 관계부처 합동 현장 조사를 연말까지 계속해 편법증여·대출·불법전매 등 시장 교란 행위를 뿌리 뽑고 11월 말에는 중간조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시장 과열이 더는 번지지 않도록 강력하면서도 빈틈이 없는 정교한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길 촉구한다. 집값의 과도한 상승은 서민 가계의 소비를 위축 시켜 경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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