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인사 학살 관련자 스웨덴에서 체포
유엔 "1988년 호메이니 정권 학살 관련자 체포는 처음"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 1980년대 이란 호메이니 이슬람 정권이 수천 명의 반정부인사를 처형하는데 핵심 역할을 맡아온 이란 검찰관이 스웨덴에서 체포됐다.
스웨덴 당국은 지난 9일 친지 방문차 스웨덴에 도착한 하미드 누리(58)라는 이란인을 스톡홀름 공항에서 체포했으며 그는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은 테헤란 에빈 교도소 검찰관 보(補)로 지난 1980년대 수천 명의 반정부인사를 처형하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4일 전했다.
스웨덴 당국은 체포된 이란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란 망명자들과 반정부 언론, 변호인 및 인권운동가들은 '그들이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수년간 추적해온' 해당 인물이 맞다고 지적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1988년 이란에서 발생한 학살 사건 관련자가 체포되기는 처음이며 학살 사건의 정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체포된 인물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에서 이라크 편을 든 반정부 단체 '이란인민무자헤딘기구'(PMOI) 단원 수천 명을 처형한 검찰팀의 일원으로 당시 아야톨라 호메이니 이란 정권은 이란-이라크전이 끝나자 이란 전역에 수감 중인 재소자 수천 명을 불과 수주 사이에 집단 처형했다.
PMOI는 당시 3만명이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인권단체들은 5천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누리는 반인륜범죄에 대한 보편적 처벌원칙에 따라 스웨덴 당국에 체포됐으며 스톡홀름 지법은 정식 기소에 앞서 오는 12월11일까지 구금을 명령했다.
누리 측 변호인은 다른 인물로 신원에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피해자 측은 한때 그로부터 구금돼 고문을 받았던 교도소 수감자들이 그의 사진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처형된 아들의 소지품을 가져가라고 교도소로 불려갔던 한 희생자의 모친도 체포된 누리의 음성을 들려주자 바로 확인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피해자들을 도와 누리를 추적해온 영국의 변호사 카베 무사비는 "하미드 누리가 틀림없다"면서 "그에 대해 입증해줄 유럽연합(EU) 내 증인 16명을 확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수감자나 그 가족들에게 누리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정서적 박탈감'을 가져온다면서 "생존자와 그 가족, 아동들의 부르짖음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을 가리지 않는, 인권침해 사범에 대한 보편적 처벌은 북 유럽국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앞서 스웨덴과 독일은 내전 기간 잔혹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시리아 난민을 자국 법정에 세운 바 있다.
독일은 지난달 망명을 요청한 2명의 시리아인을 기소했으며 이들은 아사드 정권 정보장교 출신으로 수감자들을 고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누리는 대량 처형이 이뤄진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 등 이란 내 2개 교도소의 검찰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유엔 법외 살인 및 처형에 관해 특별보고관은 누리의 체포 소식에 환영을 나타내고 1988년 이란에서 발생한 학살 관련자가 체포되기는 처음으로 '1988년 학살에 대한 정의의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칼라마르드 보고관은 자국 정부에 의해 피살당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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