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생활고' 분신 파장에 프랑스 정부 초긴장…대책 논의
마크롱 "비극적인 일…해당학생 최고 수준으로 보살피라" 지시
장관, 대학생단체 대표들 면담…학생들 생활비 지원 확대 등 대책 요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22세 대학생이 생활고를 호소하며 학교 앞에서 분신한 사건의 파문이 심상치 않자 프랑스 정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 대학생들은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 등 불평등 개선 조치를 요구하면서 동맹휴업과 노동단체와의 연대 등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 기세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파리, 리옹, 보르도, 릴 등 대도시의 국립대에서는 지난 8일 리옹 2대학 캠퍼스에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22세 대학생 '아나스 K'에 연대를 표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아나스가 재학 중인 리옹 2대 학생들은 그의 선택이 "대단히 정치적이고 절망적인 행동"이었다며 전국 대학에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북부 산업도시 릴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 출간 행사를 하려다가 학생들의 행사 장소를 점거하고 저서를 찢어 내던지며 "올랑드, 살인자"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벌여 행사가 취소됐다.
프랑스 대학생들이 이처럼 집단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은 리옹 2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아나스가 생활고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에서 촉발된 것이다.
아나스는 지난 8일 학생 식당 앞에서 분신하기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달에 450유로(약 57만원)의 장학금을 받았지만, 생활고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유럽연합(EU)의 정책 불평등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2학년에서 두 차례 낙제한 뒤 장학금 수혜자격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아나스는 전신 90%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태다.
프랑스 정부는 아나스의 분신을 계기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분노가 폭발적으로 분출·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오는 16일 '노란 조끼' 연속시위 1주년 기념 전국 집회와 내달 5일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에 학생들의 요동치는 민심이 결합하지 않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3일 주례 국무회의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면서 "해당 학생이 최고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시베스 은디예 정부 대변인이 밝혔다.
은디예 대변인은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이 내년에 1.1% 확대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오전에는 교육부의 가브리엘 아탈 청년정책 담당 국무장관이 대학생 단체 대표들을 면담하고 이들의 요구사항을 청취했다.
학생단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을 위한 추가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학교육은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과 국립대가 철저히 분리돼 있는데, 국립대는 사실상 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비율이 그랑제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
국립대 재학생의 상당수가 생활고 때문에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바람에 일반적인 졸업 연한인 3년 안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낙제와 재수강을 반복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리옹에서 시위에 참여한 사회학 석사과정의 한 학생은 일간 르 몽드와 인터뷰에서 "나도 그(아나스)처럼 한 달에 450유로(57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받으면서 살지만, 집세와 교통·통신비를 제하면 100유로(14만원 상당) 남짓으로 한 달을 버틴다. 끼니를 거를 때도 자주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정부가 재정 적자를 이유로 작년 학생들에 대한 거주보조금을 감액한 것 역시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한 원인이 됐다.
리옹2대 강사인 바스티앙 페레라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학생의 생활고 해결을 위한 만족스러운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집단행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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