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로 출근길 '교통대란'…낮에는 도심 시위(종합)
선로에 돌 던져 열차 운행 중단…시민들, 내려서 선로 걸어
점심시간 도심 센트럴서 직장인들 나와 "시위대 요구 수용하라"
곳곳 대학서 학생-경찰 충돌…캐리 람 "시위대 지극히 이기적"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 참여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2일 홍콩 시위대가 지하철 운행 방해 운동에 나서면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졌고, 대낮 도심에서도 시위가 전개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시위대는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고 경찰의 총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직업훈련학교에 다니는 21살 남성 차우 씨는 11일 사이완호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졌고,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시위대는 철로 위에 돌 등을 던지거나,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운동을 펼쳤다.
이로 인해 동부 구간 일부 노선 등 홍콩 내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몽콕, 사이완호, 퉁충, 카이펑역 등 여러 지하철역도 폐쇄됐다.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차량 운행을 방해하는 시위대와 출근길을 서둘러야 한다는 시민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틴 역 인근에서는 시위대가 철로 위에 돌 등을 던지는 바람에 수백 명의 승객이 지하철 차량에서 내려 사틴 역까지 걸어와야 했다.
승객 중에는 임산부도 있었고, 한 노인은 응급 구조요원이 제공한 산소마스크를 쓰고 역까지 걸어오기도 했다.
전날에도 홍콩 시위대는 지하철 차량 내에 화염병을 던지거나, 지하철 차량 운전석 유리창에 쇠막대기를 꽂는 등 대중교통 방해 운동을 펼쳤다.
전날 밤 시위대가 수십 대의 버스에 페인트를 칠하는 바람에 이날 아침 운전사들이 버스 유리창의 페인트를 지우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사이완호 지역 등에서는 시위대가 도로 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거나 돌 등을 던져놓은 바람에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경찰은 여러 지하철역 인근에서 삼엄한 검문검색을 펼쳐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에게 신분증 등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는 '여명(黎明·아침) 행동'으로 불리는 이러한 대중교통 방해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날 홍콩 중문대학, 이공대학, 시립대학 등 여러 대학 학생들은 교내에서 시위를 벌였고, 이에 홍콩 경찰은 교내까지 진입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홍콩 시립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학장 집무실 내 집기 등을 부수기도 했다.
홍콩 중문대와 시립대 등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찰들의 진입을 저지했으며, 학교 내에서 활, 화살, 투창 등의 무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중문대 등에서는 학생들이 차량과 함께 폐품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으며,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과 격렬할 충돌을 빚었다.
홍콩대에서는 교수들이 나서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날 대부분의 홍콩 내 대학은 수업을 중단했고, 영국계 국제학교 등 홍콩 내 상당수 초중등 학교도 임시 휴교를 선언했다.
이날 점심시간에는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 '랜드마크' 빌딩 앞에서 직장인들이 중심이 된 시위대 수백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런치 위드 유'(함께 점심 먹어요) 시위로 불리는 이 시위에서 시민들은 손을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편 채 홍콩 정부에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해 왔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을 마비시키자고 하는 급진적인 누리꾼들의 행태는 지극히 이기적"이라며 "홍콩의 각계각층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지키고 폭력과 급진주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시위 사태로 인해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가 연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친중파 진영이 과격 시위를 일부러 유도해 자신들에게 형세가 불리한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전날 홍콩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던 시위 참가자 차우 모(21) 씨가 불법 집회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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