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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자 경찰 쏜 실탄 맞아…'제2의 톈안먼 사태' 우려(종합3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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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자 경찰 쏜 실탄 맞아…'제2의 톈안먼 사태' 우려(종합3보)
'첫 희생자' 추모 아침 시위서 발생…피격 장면 페이스북 생중계
벌써 세 번째 시위자 피격…경찰 "모든 무력 사용해도 좋아"
시진핑-캐리람 만남 후 더 강경해져…람, 사과커녕 "폭도"라고 맹비난
시위대, 친중 남성 몸에 불 붙이는 등 곳곳서 친중-반중파 갈등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 현장에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져 긴급 수술을 받았다. 홍콩 시위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은 것은 벌써 세 번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AFP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오전 7시 20분께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시위 첫 희생자'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는 시위가 열렸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시위 영상을 보면 이날 시위 현장에서 한 교통경찰이 도로 위에서 시위자를 검거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다가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그를 향해 실탄을 발사한다.
이후 총에 맞은 시위자는 도로 위에 쓰러졌으며, 이 경찰이 쓰러진 시위자 위에서 그를 제압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후 이 경찰은 다가오는 다른 시위자를 향해 실탄 2발을 더 발사해 모두 3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당초 2명이 실탄에 맞았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SCMP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1명이 실탄에 맞았다고 전했다.
실탄에 맞은 시위자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시위자는 직업훈련학교에 다니는 21살 남성으로, 오른쪽 신장과 간 부근에 총알이 박혔다.
총상으로 문정맥(門靜脈)이 파열돼 병원은 긴급 수술을 해 총알을 적출했다. 수술 때 피격자의 심정지가 일어나 심폐소생술을 받기도 했다.
수술 후 이 피격자는 다소 안정을 되찾았으나, 아직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피격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살인자"라고 외쳤으며, 경찰들은 최루탄, 최루 스프레이를 쏘며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가 추모하는 차우 씨는 지난 4일 오전 1시께 정관오 지역 시위 현장 인근에서 최루탄을 피하려고 하다가 주차장 건물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이후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8일 오전 숨졌다.
홍콩 시위대는 이날 오전 차우 씨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지하철 운행과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시위를 전개했으며,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罷) 투쟁'도 전개했다.
시위대는 12일에도 대중교통 방해 운동과 차우 씨를 추모하는 시위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시위 참가자의 피격에 분노한 시위대는 총격 사건이 발생한 사이완호를 비롯해 센트럴, 정관오, 사틴, 훙함, 웡타이신, 몽콕, 코즈웨이베이 등 홍콩 곳곳에서 밤 늦게까지 시위를 벌였다. 11일 시위로 최소 64명이 부상했다.
최루탄, 고무탄 등을 쏘며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에 맞서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고 길가에 폐품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홍콩과기대와 홍콩대, 홍콩 중문대 등 홍콩 내 주요 대학은 11일에 이어 12일에도 수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숨진 차우 씨가 다니던 홍콩과기대를 비롯해 여러 대학 내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충돌했으며, 경찰은 대학 내에까지 진입해 시위대를 체포했다.
시위대가 여러 지하철역의 기물을 파손하거나 불을 지르면서 홍콩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었다. 이날 폐쇄된 지하철역은 32곳에 이른다.
홍콩 시위 현장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사틴 지역에서는 한 경찰 간부가 20여 명의 경찰에게 "어떠한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라고 발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콰이퐁 지역에서는 경찰이 오토바이를 몰고 시위대를 향해 마구 돌진하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쿤퉁 지역의 시위 현장에 있던 민주당 에디스 룽 의원도 체포됐다. 그는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상태이다.
마온산 지역에서는 시민들과 언쟁을 벌이던 한 남성의 몸에 시위자 한 명이 휘발성 액체를 뿌리고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 남성은 가슴과 팔 등 전신의 28% 정도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정관오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의견 충돌을 벌인 한 남성의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방화 당시 이 남성은 차량 안에 없었다. 이를 비롯해 홍콩 곳곳에서 친중 성향 시민과 시위대의 갈등이 벌어졌다.
홍콩 야당은 이날 경찰의 총격에 대해 "과도한 무력 사용이자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홍콩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발사한 실탄에 맞아 다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지난달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 시위에서는 18세 고등학생이 경찰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이 학생이 경찰의 옆에서 쇠막대기를 휘두르자 경찰은 들고 있던 권총으로 실탄을 발사했고, 총알은 심장 왼쪽 3cm 위치에 박혀 심장을 간신히 비켜 갔다.
지난달 4일 시위에서는 한 경찰관이 다수의 시위대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에서 실탄을 발사해 한 시위 참여자가 허벅지 쪽에 총알을 맞았다.
두 시위자 모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실탄 발사는 시위대가 흉기를 들고 공격하는 등 경찰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뤄져 거센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홍콩 경찰의 이러한 강경 진압은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결정된 중국의 대(對)홍콩 강경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4중전회에서는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결정했으며, 이후 중국 정부는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최근 시진핑 주석과 한정(韓正) 부총리 등 중국 최고 지도부를 만나 '재신임'을 받은 후 시위 진압이 더욱 강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 시 주석은 상하이에서 람 장관을 만나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범위한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저녁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시위대 피격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면서 맹비난했다.
그는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폭도들의 폭력행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3만 홍콩 경찰은 치안 유지의 중추"라고 밝혀 앞으로도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가 강경책만을 고수할 경우 유혈 충돌과 무력개입의 악순환이 벌어져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콩에서는 이미 시위 진압 경찰에 광둥어가 아닌 베이징 표준어를 쓰는 본토 경찰이 투입돼 이들이 강경진압을 주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홍콩 경찰을 중국 공안이 지휘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것을 이른다.
SCMP는 홍콩 정부가 강경파인 크리스 탕 홍콩 경찰청 차장을 청장으로 승진 기용해 강경진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30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에 총을 겨눠 중국 본토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리우 경장은 웨이보에 "경찰이 발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국제기준에 따라 정당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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