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극우성향 '복스' 득세에 유럽 반난민 포퓰리스트 쾌재
총선 통해 제3당 도약…무슬림·이민자 배척 공감대
르펜·살비니 등 축하합창…"엄청난 진전. 수년간 노력 결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1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극우 정당 복스(Vox)의 약진이 두드러진 데 대해 유럽 내 다른 극우 정당들이 환영하고 있다.
AP,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현재, 복스는 하원 350석 정원의 15.1%인 52석을 획득했다.
올 4월 치러진 지난 총선에서 24석을 확보하면서 처음 원내로 진입한 후 약 7개월 만에 의석수가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산티아고 아바스칼 복스 대표는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불과 11개월 전만 해도 지역, 전국, 유럽 의회에 우리를 대변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우리는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큰 정치 세력이 됐다"라며 환호했다.
유럽 내 극우 포퓰리즘 성향 정당의 지도자들은 이날 소셜네트워크(SNS)에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내보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당 대표는 트위터에 "복스가 오늘 스페인 총선에서 엄청난 진전을 보이고 있다"라며 "아바스칼 대표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의 노력이 수년 만에 결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와 네덜란드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 역시 아바스칼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각각 올리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아바스칼 대표 자신은 '극우' 명칭을 거부해왔지만, 복스의 이민 정책이나 이슬람교에 대한 이들의 시각은 유럽의 다른 반(反)이민 포퓰리즘 정당과 궤를 같이한다.
복스는 스페인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들은 전부 추방하고, 합법 이민자들도 범죄를 저지를 경우 추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더해 낙태법 강화, 동성결혼 반대, 가정폭력 방지법 폐지를 주장한 이들은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철권통치'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선거에서 복스 약진의 배경에는 카탈루냐 독립추진에 반대하는 여론의 지지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페인 대법원이 2017년 주민투표를 강행해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추진한 전 자치정부 지도부 9명에게 지난달 14일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하자, 이들의 석방과 카탈루냐의 독립 승인을 요구하는 시위가 카탈루냐 일원에서 격화했다.
이와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는 정부가 분리주의자들에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는 우파 정당, 그중에서도 극우 성향의 복스 지지율 상승세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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